약학과 약리학 영역에서 약제의 요양급여 결정 구조를 이해할 때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원칙은 ‘네거티브 방식이 아니라 포지티브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 제1항은 요양급여의 대상이 되는 약제를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의약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거나, 대한민국약전에 수재되었거나, 제조업자가 급여 신청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요양급여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급여 적정성 평가와 약가 협상을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이 ‘요양급여대상’으로 결정·고시한 품목만 국민건강보험 재정에서 급여가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은 약제의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선별하여 보험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근거 자료에서 확인되는 한국의 약제 등재 및 가격 정책들은 모두 이 전제 위에서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 2020년 7월 도입된 제네릭 의약품의 신규 차등 가격 정책은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자료의 등록 여부와 원료의약품 등록 요건을 요양급여와 연계하여 운영됩니다
[1]. 이는 단순히 허가받은 제네릭 전부에 동일한 약가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급여 목록에 등재된 품목을 대상으로 품질 요건에 따라 약가를 차등화하는 구조입니다. 즉, 급여 등재 자체가 고시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원칙이 선행되어야만 이러한 약가 정책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퍼스트 제네릭 독점 제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허 도전에 성공한 최초의 제네릭에 일정 기간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는 이 제도는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받은 제네릭이 곧바로 급여 목록에 자동 등재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허가 특허연계 제도에 따라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받은 품목이라 하더라도, 요양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별도의 급여 적정성 평가와 약가 협상 절차를 거쳐 고시되어야 합니다
[2]. 허가와 급여는 서로 다른 법적·행정적 경로를 따르는 별개의 제도라는 점이 여기서 분명해집니다.
희귀의약품의 사례도 동일한 원칙을 보여줍니다. 한국에서 희귀의약품의 약가 결정 요인을 분석한 연구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새로 급여 등재된’ 의약품 중 66개 희귀의약품을 선별하여 분석했습니다
[3]. 이 연구의 대상 자체가 ‘급여 등재가 완료된 품목’이라는 점은, 희귀의약품이라고 하여 허가만으로 자동 급여되는 것이 아니라 고시를 통한 등재 절차를 거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합니다. 희귀의약품은 환자 수가 적어 비용효과성 평가에서 불리할 수 있으므로 별도의 약가 우대나 평가 특례가 적용되기도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요양급여 대상 고시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유전자치료제와 같은 첨단 바이오의약품의 시장 접근 경로를 분석한 통합적 문헌고찰에서도 규제 허가와 급여 결정이 분리된 이중 경로로 작동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이 연구는 미국, 유럽 5개국, 일본, 중국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유전자치료제가 규제 허가를 받은 뒤에도 별도의 급여 평가와 가격 협상, 그리고 고시 절차를 거쳐야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는 구조적 장벽이 존재함을 시사합니다. 한국의 경우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유전자치료제가 곧바로 건강보험 급여로 연결되지 않으며,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평가와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을 거쳐 보건복지부 고시로 등재되어야 비로소 급여가 시작됩니다.
따라서 보기 중 ‘급여 대상으로 결정하여 고시한 것만 급여가 된다’는 진술만이 옳습니다. 비급여로 정한 것을 제외한 전부가 급여가 된다는 네거티브 방식은 한국의 약제 급여 체계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허가, 약전 수재, 제조업자의 신청은 모두 급여 결정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어도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약사법에 따른 허가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결정은 각각 독립된 법령과 행정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며, 급여 여부는 최종적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의 고시라는 행정행위를 통해서만 확정됩니다.
참고 문헌 (논문 출처)
- [1]
Time series analysis of the new tiering pricing policy for generic medicines in South Korea.일반논문Park CM, Song I, Kim DS. (2026) · DOI: 10.3389/fphar.2026.1763230
- [2]
Patent challenges without entry? Reassessing first generic exclusivity under the patent-linkage system in South Korea.일반논문Noh Y, Son KB. (2026) · DOI: 10.1186/s12992-026-01221-z
- [3]
Determinants of orphan drug health technology assessment in South Korea: an empirical analysis.일반논문Lee SH, Lee SK, Lee JH, Bang JS. (2025) · DOI: 10.3389/fphar.2025.1619984
- [4]
Pathing the way from regulatory approval to market access for gene therapy products (GTPs): An integrative review in the US, EU5, Japan and China.일반논문Shi J, Hu H, Ung COL. (2026) · DOI: 10.1016/j.reth.2026.10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