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고위험병원체 취급시설은 병원체의 위험도에 따라 안전관리등급을 부여하고, 일정 등급 이상의 시설은 질병관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고위험병원체란 생물테러의 목적으로 이용되거나 사고 등에 의하여 외부에 유출될 경우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감염병병원체를 말하며, 이 중에서도 특히 위험도가 높은 병원체를 취급하는 시설은 신고만으로는 부족하고 허가라는 더 강한 규제를 적용합니다.
구체적으로 안전관리등급은 병원체의 위험성을 기준으로
1등급부터
4등급까지 나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위험도가 높고 그에 따라 요구되는 물리적 밀폐(containment) 수준도 높아집니다. 이 중
허가 대상은 위해도가 가장 높은
3등급과 4등급 시설입니다. 1·2등급 시설은 상대적으로 위해도가 낮아 신고 대상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등급 구분과 허가 제도의 배경에는 고위험병원체를 다루는 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병원체가 지역사회로 확산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생물안전(biosafety)과 생물보안(biosecurity)의 원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고위험병원체는 단순히 병원성이 높은 것을 넘어, 에어로졸 전파 가능성, 치료제 부재, 백신 미비 등의 특성을 함께 가질 수 있어 일반적인 진단검사의학 실험실과는 다른 수준의 시설·장비·운영 기준이 요구됩니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성 출혈열(viral haemorrhagic fevers, VHFs)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부검을 포함한 검사 과정에서도 고도의 밀폐 시설과 절차가 필요한 대표적인 고위험병원체로, 관련 가이드라인에서도 생물안전 우려가 부검 수행을 제한해 온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1].
또한 고위험병원체 취급시설의 등급 체계는 단순히 국내 행정 규제에 그치지 않고, 국제적으로도 고위험병원체 환자를 진료하고 검체를 다루는 의료기관과 실험실의 대비 수준을 층화(stratification)하는 방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미국의 National Special Pathogens System(NSPS)은 고위험 감염병(high-consequence infectious diseases, HCIDs)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의료기관의 준비도를
Level 1부터
Level 4까지 구분하는데,
Level 1과
Level 2 시설은 고도 생물밀폐 능력을 갖추고 환자를 질병 경과 전체 기간 동안 돌볼 수 있는 반면,
Level 3과
Level 4로 분류된 대부분의 병원은 의심 또는 확진 환자를 관리할 자원이 제한적입니다
[2]. 이는 위험도가 높은 병원체일수록 더 높은 수준의 시설 기준과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동일한 원칙을 보여줍니다.
한편 합성생물학의 발전으로 유전물질을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기술이 확산되면서 위험한 병원체를 제작하거나 강화하는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고위험병원체 관리의 중요성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합성 핵산(synthetic nucleic acid, SNA) 기술은 과학적 진보를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생물보안 위협을 증가시키므로, 국제적 의무와 조화된 기술 표준을 결합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3]. 국내 법률에서 고위험병원체 취급시설 중 특히 위험도가 높은
3등급과
4등급을 허가 대상으로 정한 것은 이러한 생물보안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임상병리사 국가시험 관점에서는 안전관리등급의 숫자가 높을수록 위험도가 높고, 그중에서도
3등급과
4등급이 허가 대상이라는 점을 정확히 구분해 두어야 합니다. 1·2등급이 신고 대상이라는 사실과 함께 세트로 기억하면 문제의 보기에서 혼동을 피할 수 있습니다. 고위험병원체를 취급하는 검사실에 근무하게 될 경우, 해당 시설이 허가 대상인지 신고 대상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물리적 밀폐 수준, 폐기물 처리 절차, 사고 보고 의무 등이 달라지므로 실무적으로도 반드시 숙지해야 할 기준입니다.
참고 문헌 (논문 출처)
- [1]
Autopsy practices for high-consequence infectious diseases: global guidelines, alternatives, and the BSL-4 gap.가이드라인Allgoewer K, Lavenia A, Secco L, Schaller T, Fitzek A, Kriebel C, Azeke AT, Kondo T, Tse R, Chui P, Schmiedel S, Ondruschka B. (2026) · DOI: 10.1080/22221751.2026.2678656
- [2]
From Ebola to H5N1: Strengthening the U.S. Special Pathogen Response System.일반논문Lo Piccolo AJ, McGuire E, Postelnicu R, Jano K, Leone R, Jacobson E, Vasa A, Schwedhelm M, Mukherjee V. (2026) · DOI: 10.3390/epidemiologia7030079
- [3]
Biosecurity in the age of synthetic nucleic acids: modernizing the law to manage emerging threats.일반논문Berman A. (2026) · DOI: 10.1093/jlb/lsag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