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단 선정에서 ‘주된병태 재선정 원칙’은 의무기록에 기재된 진단명의 나열 순서가 아니라, 해당 입원 에피소드에서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치료의 중심이 된 병태를 가려내는 과정입니다. 이 환자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의식 저하(altered consciousness)가 주증상이지만, 의무기록 전체를 보면 의식 저하를 포함한 여러 장기 손상이 하나의 공통 원인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응급실 기록에서 당일 최고기온
37℃의 야외 건설현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고, 내원 당시 체온이
41.4℃로 측정되었습니다. 정상적인 인체는 항상성 기전을 통해 심부체온을 좁은 범위로 유지하는데, 고온 환경에서 열 발산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체온 조절이 실패하면서 고체온증(hyperthermia)이 발생합니다. 내부 체온이
40.5℃를 초과하는 고체온증은 열 관련 질환(heat-related illness)의 핵심 지표이며, 이 환자의 초기 진단도 ‘R/O heat-related illness’로 설정되었습니다 [1,2].
이 환자에게서 나타난 횡문근융해(rhabdomyolysis), 급성 신부전(acute renal failure), 의식 저하는 모두 열사병(heatstroke)이라는 동일한 원인에서 파생된 이차적 병태입니다. 열사병은 고체온증과 함께 중추신경계 기능장애를 동반하는 가장 중증의 열 관련 질환으로, 이 환자의 Glasgow Coma Scale
10점의 혼미 상태와 뇌 CT에서 두개내 병변이 없다는 소견은 열사병에 의한 중추신경계 장애로 설명됩니다. 횡문근융해는 근육세포 손상으로 CK
42,800 U/L, 미오글로빈 상승, 갈색뇨로 확인되며, 여기서 유리된 미오글로빈이 신세뇨관을 막아 급성 신부전(Cr
3.1 mg/dL)을 일으켰습니다. 즉, 의식 저하·횡문근융해·급성 신부전은 서로 독립적인 병태가 아니라 열사병이라는 하나의 병태생리적 연쇄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1].
따라서 주된병태 재선정 원칙을 적용하면, 입원 기간 동안 냉각요법과 대량 수액요법이라는 치료의 중심축이 열사병 자체에 맞춰져 있었고, 나머지 진단들은 열사병의 합병증 또는 동반 손상(우측 전완의 표재성 화상)에 해당하므로 열사병을 주된병태로 재선정하는 것이 옳습니다.
참고 문헌 (논문 출처)
- [1]
Heat-Related Illness in Emergency and Critical Care: Recommendations for Recognition and Management with Medico-Legal Considerations.가이드라인Savioli G, Zanza C, Longhitano Y, Nardone A, Varesi A, Ceresa IF, Manetti AC, Volonnino G, Maiese A, La Russa R. (2022) · DOI: 10.3390/biomedicines10102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