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우울삽화(major depressive episode)의 진단기준에서 ‘과거 조증이나 경조증 삽화가 없었음’이라는 현병력 기재는 단순한 과거력 정보가 아니라, 질환의 분류 축을 결정하는 핵심 배제 기준으로 기능합니다. DSM-5 진단체계에서 우울삽화를 보이는 환자는 크게 주요우울장애(MDD)와 양극성장애(Bipolar Disorder)로 나뉘는데, 이 두 질환을 가르는 결정적 기준이 바로 평생 동안 조증(hypomania) 또는 경조증(mania) 삽화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1]. 조증이나 경조증 삽화가 한 번이라도 확인되면, 이후 우울삽화가 주된 임상 양상이라 하더라도 양극성장애로 분류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과거 조증이나 경조증 삽화 없었음’이라는 기록은 이 환자를 주요우울장애의 범주에 남겨 두는 근거가 되며, 양극성장애로 분류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첫 우울삽화 단계에서 주요우울장애와 양극성장애를 임상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초기 우울삽화만으로는 두 질환을 감별하기 어렵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증 삽화가 나타나 진단이 양극성장애로 바뀌는 경우가 흔합니다
[2][3]. 실제로 첫 정신과 입원 이후 장기간 추적 관찰을 하면 진단이 변경되는 사례가 적지 않으며, 초기 진단 평가의 어려움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3]. 그렇기 때문에 현병력에서 조증이나 경조증 삽화의 부재를 명시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현재 시점에서 환자를 주요우울장애로 분류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 동시에 향후 진단 변경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임상적 단서가 됩니다.
또한 양극성장애는 주요우울장애와 치료 전략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양극성 우울증에 항우울제를 단독으로 사용할 경우 조증 삽화를 유발하거나 급속 순환(rapid cycling)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어 기분조절제(mood stabilizer)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반면 주요우울장애에서는 항우울제 단독 요법이 1차 치료가 됩니다. 이 환자의 경우 과거 조증이나 경조증 삽화가 없었으므로 주요우울장애로 분류되어 escitalopram(SSRI 계열 항우울제)으로 치료를 시작한 것이며, 이는 진단적 분류가 약물 선택에 직접 영향을 미친 사례입니다. 만약 과거 경조증 삽화가 있었다면 양극성장애로 분류되어 초기 치료 약제의 선택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한편 DSM-5에서는 우울삽화 환자에게 조증 증상이 일부 동반되는 혼재성 양상(mixed features)을 별도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혼재성 양상은 현재 삽화 내에서 조증 증상이 동반되는 것을 의미하며, 과거에 독립적인 조증이나 경조증 삽화가 있었는지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1]. 이 환자처럼 과거 조증·경조증 삽화가 전혀 없고 현재도 순수한 우울 증상만 있다면, 혼재성 양상 명시자(specifier)도 적용되지 않는 전형적인 주요우울삽화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병력의 ‘과거 조증이나 경조증 삽화 없었음’이라는 기재는 중증도를 확정하거나 입원 상병 지표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진단 분류상 양극성장애를 배제하고 주요우울장애로 분류하게 하는 결정적 근거입니다. 이는 향후 치료 계획 수립과 예후 평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정보입니다.
참고 문헌 (논문 출처)
- [1]
How Many Criteria Should Be Required to Define the DSM-5 Mixed Features Specifier in Depressed Patients?일반논문Zimmerman M, Mackin D. (2026) · DOI: 10.4088/jcp.24m15406
- [2]
Cerebellar gray matter volume difference in first-episode bipolar and unipolar depression.일반논문Han Y, Sheng L, Wang S, Wen X, Lu W, Li P, Zhou Z, Guo Z, Gao Y. (2026) · DOI: 10.1186/s12888-026-08071-4
- [3]
Long-term diagnostic and social outcomes after first psychiatric hospitalization.일반논문Nordgaard J, Saebye D, Parnas J, Handest P, Petersen J, Oersted-Hoeyer S, Henriksen MG. (2026) · DOI: 10.1192/j.eurpsy.2026.10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