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대상자가 사고 시각과 이송 경위를 순서대로 또박또박 이야기하면서도 표정과 목소리에 슬픔이 전혀 묻어나지 않는다면 격리를 의심한다.
격리는 견디기 어려운 사건의 사실은 의식에 그대로 둔 채 거기에 딸린 감정만 떼어 놓는 기제다. 사실을 기억에서 밀어내는 억압이나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부정과는 다르다.
간호사는 담담함을 회복의 증거로 오해하지 말고 감정을 표현할 안전한 자리를 마련한다. 재촉하지 않고 곁에 머물며 대상자가 준비되었을 때 애도 과정을 밟아 가도록 돕는다.
지식과 이론을 끌어와 사건을 설명하면 주지화, 기억과 정체감이 통째로 끊기면 해리다. 격리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한다는 점에서 이들과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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