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투여로 인한 구역·구토(chemotherapy-induced nausea and vomiting, CINV)는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심한 경우 탈수·전해질 불균형·영양 불량을 초래해 다음 항암 주기를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항구토제는 구토가 발생한 뒤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항암제 투여 전에 예방적으로 투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항암제는 혈중 약물 농도가 올라가면서 장크롬친화세포(enterochromaffin cell)에서 세로토닌(serotonin, 5-HT)을 분비시키고, 이 세로토닌이 구토 중추로 가는 구심성 미주신경의 5-HT₃ 수용체를 자극해 구토 반사를 일으킵니다. 온단세트론(ondansetron) 같은 5-HT₃ 수용체 길항제는 이 수용체를 차단하여 구토 신호가 중추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데,
핵심! 이미 세로토닌이 분비되어 수용체가 활성화된 뒤에는 약물이 수용체를 차단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항암제 투여 전에 미리 수용체를 점유해 두어야 항구토 효과가 제대로 나타납니다.
Tsavaris 등(1995)의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에서는 시스플라틴(cisplatin) 투여 환자를 대상으로 온단세트론을
12.5시간 전부터
6시간 간격으로 미리 투여한 군과 표준 용법으로 투여한 군을 비교했습니다. 연구자들이 ‘preloading administration’이라는 표현을 쓴 것 자체가
항구토제를 항암제보다 먼저 투여해 약물 농도를 미리 올려두는 전략을 보여줍니다. 이는 구토가 생기기 전에 수용체를 차단해야 효과적이라는 약리학적 원리와 일치합니다.
Marek(2003)의 종설에서도 항암화학요법을 받는 환자에서 구역·구토는 흔하지만 심각할 수 있는 부작용이며, 간호사가 항구토제의 올바른 사용법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항구토제는 작용 기전과 적응증이 다양하므로, 항암제의 구토 유발 위험도(emetogenic risk)에 따라 예방적으로 선택하여 투여해야 합니다.
Inui(2017)의 종설은 항암제를 구토 유발 정도에 따라 분류하고, 이 분류에 맞추어 적절한 항구토제를 권고한다고 설명합니다. 항암제의 구토 유발 위험도가 높을수록 더 강력한 예방 요법이 필요하며, 어떤 항암제를 쓰는지에 따라 항구토제의 종류와 투여 시점이 결정됩니다.
혼동 주의! 항구토제는 환자가 구토를 호소할 때만 투여하는 필요시(prn) 약물이 아니라, 항암 프로토콜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예방적으로 투여하는 약물입니다.
항암제의 구토 유발 위험도에 따른 예방적 항구토제 투여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높은 구토 유발 위험 항암제 | 중등도 구토 유발 위험 항암제 |
|---|
| 예 | 시스플라틴, 안트라사이클린+사이클로포스파미드 병용 | 옥살리플라틴, 이리노테칸 등 |
| 항구토제 투여 시점 | 항암제 투여 전부터 예방적으로 시작 | 항암제 투여 전부터 예방적으로 시작 |
| 근거 | Tsavaris 등(1995), Inui(2017) | Inui(2017) |
최근 Navari 등(2025)의 개별 환자 데이터 메타분석에서도 NK₁ 수용체 길항제인 NEPA와 아프레피탄트(aprepitant) 기반 요법을 비교하며 ‘antiemetic prophylaxis’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항구토제가 치료가 아니라
예방 목적으로 투여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줍니다. 항암제 투여 당일뿐 아니라 지연성 구토를 예방하기 위해 항암제 투여 후
2~3일까지 항구토제를 지속하는 경우도 있으나, 첫 투여 시점은 반드시 항암제 투여 전이어야 합니다.
구토가 세 번 이상 생긴 뒤에 투여하거나, 항암제 투여가 끝난 다음 날 처음 투여하는 것은 예방 원칙에 어긋나며 항구토 효과를 크게 떨어뜨립니다. 항암제 투여 전에 항구토제를 미리 투여하는 것은 단순한 지침이 아니라, 세로토닌 수용체를 선점하여 구토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약리학적 근거에 기반한 필수 간호 중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