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체온(hypothermia)이 의심되는 환자에서는 더 이상의 체온 손실을 막는 것이 병원 전 단계에서 가장 우선되는 조치다. 문제의 환자는 겨울 산행 후 젖은 옷을 입고 떨며 말이 느려진 상태로, 이는 체온이 정상 범위 아래로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초기 징후에 해당한다. 떨림(shivering)은 체온을 올리기 위한 신체의 보상 반응이고, 말이 느려진 것은 중추신경계 기능이 저체온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핵심은 젖은 옷을 그대로 두지 않는 것이다. 젖은 의복은 마른 의복보다 열전도율이 훨씬 높아 체온을 빠르게 빼앗는다. 물은 공기보다 열전도율이 약 25배 높기 때문에, 젖은 옷이 피부에 닿아 있으면 체표면의 열이 지속적으로 외부로 이동한다. 또한 젖은 옷은 증발(evaporation) 과정에서도 기화열을 통해 추가적인 열 손실을 일으킨다. 따라서
젖은 옷을 제거하고 보온하는 것은 저체온 환자에게서 추가적인 열 손실 경로를 차단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중재이다
[1].
근거 자료의 무작위 교차 임상시험(RCT)에서도 저체온 환자 관리에서 젖은 의복의 처리가 중요한 변수로 다뤄졌다. 이 연구는 추위에 노출된 대상자에게 젖은 옷을 제거한 경우와 젖은 옷을 그대로 둔 채 증기 차단막(vapor barrier)으로 감싼 경우의 피부 온도 변화를 비교했는데, 이는 병원 전 단계에서 구조자가 선택해야 하는 두 가지 주요 전략을 직접 검증한 것이다
[1]. 젖은 옷을 제거하면 피부가 일시적으로 외부에 노출되지만, 젖은 옷을 가열하는 데 소모되는 열량을 피할 수 있어 재가온(rewarming) 과정에서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점이 연구의 핵심 배경으로 제시되었다
[1]. 즉, 젖은 옷을 제거하는 것이 단순히 불편함을 덜어주는 조치가 아니라 열역학적으로 타당한 중재라는 뜻이다.
중국에서 발표된 한랭 손상 전문가 합의(가이드라인)에서도 한랭 손상의 예방과 치료 원칙으로 체열 손실을 막고 보온을 유지하는 것이 강조된다. 한랭 환경에서 체온이 급격히 소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노출된 피부를 최소화하고, 젖은 의복을 신속히 제거한 뒤 건조한 담요나 보온 장비로 감싸는 것이 기본 조치로 권고된다
[3]. 이는 문제의 보기 4번이 단순한 응급처치 상식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한랭 손상 관리 원칙에 부합하는 선택지임을 뒷받침한다.
반면 나머지 보기들은 모두 저체온 환자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조치다. 눈으로 피부를 문지르는 것은 말초혈관이 수축된 상태에서 기계적 자극을 가해 동상(frostbite) 부위의 조직 손상을 악화시킬 수 있고, 찬물로 씻기는 것은 체온을 더 떨어뜨린다. 많이 걷게 하는 것은 근육 운동으로 일시적인 열 생성을 기대할 수 있지만, 탈진과 함께 말초의 차가운 혈액이 중심부로 이동하면서 중심체온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afterdrop 현상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강제로 술을 먹이는 것은 알코올이 피부 혈관을 확장시켜 체표면에서 열 손실을 증가시키고, 의식 저하와 흡인 위험을 높이므로 금기다
[3][4].
병원 전 단계에서 저체온 환자를 다루는 실무 지침에서도 이러한 기본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탈리아 헬리콥터 응급의료서비스(HEMS)를 대상으로 한 전국 조사에서는 우발성 저체온(accidental hypothermia) 환자 관리에서 보온과 재가온이 핵심 중재로 다루어졌으며,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보온 장비와 처치 프로토콜의 중요성이 확인되었다
[2]. 이는 병원 전 단계에서 구조자가 취하는 첫 조치가 환자의 예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젖은 옷을 제거하고 보온하는 행위는 고가의 장비나 전문적인 술기가 없어도 즉시 시행할 수 있는 1차 중재이며, 이후 능동적 재가온이나 전문 처치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된다.
정리하면, 저체온 의심 환자에게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체온을 더 빼앗는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젖은 옷은 전도와 증발이라는 두 가지 기전으로 체온 손실을 가속하므로, 이를 제거하고 건조한 담요나 보온 장비로 감싸는 것이 병원 전 처치의 첫 단계다
[1][3].
참고 문헌 (논문 출처)
- [1]
Effect of wet clothing removal on skin temperature in subjects exposed to cold and wrapped in a vapor barrier: a human, randomized, crossover field study.RCT/임상시험Hagen LT, Brattebø G, Dipl-Math JA, Wiggen Ø, Østerås Ø, Mydske S, Thomassen Ø. (2024) · DOI: 10.1186/s12873-024-00937-8
- [2]
Prehospital management of accidental hypothermia: A nationwide survey among Italian helicopter emergency medical services.일반논문Leuci L, Daminelli F, Gamberini L, Boroli F, Rauch S, Roveri G, Barcella B, Dallari C, Sbrana G, Carenzo L. (2025) · DOI: 10.1186/s13049-025-01474-4
- [3]
Expert consensus on the prevention, diagnosis and treatment of cold injury in China, 2020.가이드라인Jin HX, Teng Y, Dai J, Zhao XD, Members of the Emergency Medicine Committee of the People’s Liberation Army. (2021) · DOI: 10.1186/s40779-020-00295-z
- [4]
National Athletic Trainers' Association position statement: environmental cold injuries.일반논문Cappaert TA, Stone JA, Castellani JW, Krause BA, Smith D, Stephens BA, National Athletic Trainers' Association. (2008) · DOI: 10.4085/1062-6050-43.6.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