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진단을 받은 환자가 보이는 반응을 단계적으로 이해하는 틀 중 하나가 퀴블러-로스(Kübler-Ross)의 5단계 모형입니다. 이 모형은 부정(denial), 분노(anger), 타협(bargaining), 우울(depression), 수용(acceptance)의 순서로 제시되며, 죽음이라는 현실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서적 반응을 설명합니다
[1].
문제의 환자는 “딸 결혼식까지만 살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실을 완전히 거부하는
부정도, 상황에 대한 억울함이나 적개심을 드러내는
분노도 아닙니다. 죽음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라기보다, 특정 조건이나 시간을 걸고 현실과 ‘거래’하려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자신이 감당해야 할 죽음의 시점을 미루거나 조건부로 바꾸려는 언어적 표현은 타협(bargaining) 단계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이 단계에서 환자는 의료진이나 가족, 때로는 종교적 대상과 암묵적인 협상을 시도하며 “~까지만”, “~라면 무엇이든” 같은 조건부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임상에서는 이런 발언을 단순한 희망 표현으로 듣기보다, 환자가 예후를 인지하기 시작했고 그 현실을 조절해 보려는 심리적 시도로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혼동 주의! “딸 결혼식까지만”이라는 표현에 미래에 대한 소망이 담겨 있어
수용이나
부정으로 오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용은 남은 시간을 정리하고 평온하게 현실을 인정하는 단계이고, 부정은 진단 자체나 예후를 믿지 않는 반응입니다. 조건을 내걸고 시간을 벌거나 운명과 흥정하려는 태도는 타협에 해당합니다.
핵심! 퀴블러-로스 모형은 단계가 반드시 순서대로 나타나지 않으며, 환자마다 특정 단계를 건너뛰거나 여러 단계를 오갈 수 있습니다. 다만 국시 문항에서는 환자의 진술에 가장 부합하는 단계를 고르는 방식이 빈출되므로, 각 단계의 대표적인 언어 표현을 구분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 단계 | 환자의 전형적 반응 | 발언 예시 |
|---|
| 부정 | 진단이나 예후를 사실로 받아들이지 못함 | “검사 결과가 잘못된 거 아니에요?” |
| 분노 | 상황에 대한 억울함, 주변인이나 의료진에 대한 적개심 | “왜 하필 나예요?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
| 타협 | 조건을 걸고 시간 연장이나 고통 경감을 구함 | “딸 결혼식까지만 살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어요.” |
| 우울 | 상실감, 무기력, 위축된 정서 반응 | “이제 아무것도 의미가 없어요.” |
| 수용 | 남은 시간을 인정하고 정리하는 태도 | “이제 가족과 편안히 지내고 싶어요.” |
이 모형은 죽음과 임종 과정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론으로, 학술 문헌과 언론 보도에서 광범위하게 인용되며 제도화된 개념이 되었습니다
[1]. 간호 실무에서는 환자가 타협 단계의 발언을 할 때 이를 비현실적인 요구로 치부하지 말고, 환자가 예후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보고 정서적 지지와 현실적인 목표 설정을 함께 도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