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 해설
분만통은 한 가지가 아니라 단계에 따라 성질과 전달 경로가 달라집니다. 이 구분을 잡아 두면 산부가 어디가 아프다고 말하는지를 듣고 분만 진행 정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분만 1기의 통증은 자궁근층이 수축하면서 생기는 허혈과 자궁경부가 열리고 얇아지면서 생기는 신전에서 옵니다. 이 자극은 자궁과 경부에서 나온 구심성 섬유를 타고 교감신경 사슬을 거쳐 흉추 10번에서 요추 1번 척수분절로 들어갑니다. 내장통(visceral pain)이라 위치가 뚜렷하지 않고 둔하게 퍼지며, 같은 분절의 피부로 투사되어 아랫배와 허리, 엉치 부위에 연관통으로 느껴집니다. 후방후두위 산부가 심한 요통을 호소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분만 2기가 되면 통증의 성질이 바뀝니다. 선진부가 내려와 질과 회음, 골반저 근육과 피부를 늘리고 누르면서 생기는 자극은 음부신경(pudendal nerve)을 타고 천추 2번에서 4번 분절로 들어갑니다. 체성통(somatic pain)이라 위치가 뚜렷하고 날카로우며 타는 듯한 느낌으로 표현됩니다. 회음 절개나 겸자 사용 전에 시행하는 음부신경 차단이 바로 이 경로를 막는 방법입니다.
대비되는 개념으로 마취 범위를 함께 정리해 두면 좋습니다. 경막외마취는 흉추 10번에서 천추 5번까지 폭넓게 차단하므로 1기와 2기 통증을 모두 덮을 수 있는 반면, 음부신경 차단은 천추 2~4번만 차단하므로 자궁수축통에는 효과가 없습니다. 분만 1기 산부에게 음부신경 차단을 해도 진통이 줄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임상에서는 산부가 호소하는 통증 부위의 변화를 진행의 단서로 읽으십시오. 허리와 아랫배가 아프다고 하던 산부가 갑자기 회음이 찢어질 것 같다거나 변을 보고 싶다고 말하면 선진부가 골반저를 누르기 시작한 것이므로 분만 2기로 넘어갔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경막외마취를 받은 산부라면 통증 부위의 변화를 단서로 삼기 어렵습니다. 이때는 회음의 팽윤과 항문이 벌어지는 모습, 힘주고 싶다는 호소 같은 객관적 징후로 분만 2기 진입을 확인해야 합니다. 통증의 경로를 이해하고 있으면 마취 범위가 충분한지, 한쪽만 덜 마취되지 않았는지도 함께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학습 참고용입니다. 실제 임상은 최신 지침과 소속 기관 프로토콜을 따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