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 해설
산후출혈의 원인을 찾을 때는 자궁, 산도, 태반, 그리고 응고의 네 갈래를 차례로 확인합니다. 이 자료에서는 앞의 세 갈래가 차례로 지워집니다. 자궁저가 배꼽 아래에서 단단하게 만져지므로 자궁이완이 아니고, 회음과 질, 경부에 열상이 없으니 산도 출혈도 아니며, 만출된 태반에 결손이 없으니 잔류 조각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출혈이 멎지 않고 혈소판과 피브리노겐이 낮게 나오며 정맥주사를 꽂아 둔 자리에서까지 피가 배어 나옵니다. 한 군데가 아니라 여러 곳에서 동시에 지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혈액 자체가 굳지 못한다는 뜻이고, 이것이 응고인자가 소모되는 파종혈관내응고의 모습입니다.
이 상태를 읽는 실마리를 정리해 두겠습니다. 임신 중에는 오히려 응고가 항진되어 피브리노겐이 평소보다 높아지는 것이 보통인데, 그런 시기에 피브리노겐이 낮게 나왔다면 그만큼 소모되었다는 뜻입니다. 혈소판 감소, 응고시간 연장, 그리고 주사 부위나 잇몸, 도뇨관 주변의 스며 나오는 출혈이 함께 보이면 진단의 방향이 분명해집니다. 흘러나온 혈액이 응고되지 않고 묽게 고이는 모습도 곁에서 관찰할 수 있는 단서가 됩니다.
자궁이완과 갈라서 기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궁이완이라면 자궁저가 물렁하게 만져지고 마사지를 하면 단단해지면서 출혈이 줄어듭니다. 반면 파종혈관내응고에서는 자궁을 아무리 마사지해도 출혈이 줄지 않고 자궁 이외의 부위에서도 피가 납니다. 방광 팽만도 헷갈리는 항목인데, 이때는 자궁저가 배꼽 위나 옆으로 밀려 올라가 있어 촉지 위치 자체가 다르고, 소변을 비우면 자궁이 제자리로 내려오며 출혈도 줄어듭니다.
임상에서 주의할 점은 이 상태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사실입니다. 태반조기박리나 양수색전증, 심한 출혈로 인한 쇼크, 자궁내 감염 같은 유발 요인이 뒤에 있으므로 혈액과 응고인자를 준비해 보충하면서 원인을 함께 찾아야 하고, 활력징후와 소변량을 자주 확인해야 합니다. 정맥로는 굵게 두 개를 확보해 두고, 채혈은 되도록 한 번에 모아서 하며 주사 부위는 누른 뒤 충분히 지혈하고 자주 살펴야 합니다.
학습 참고용입니다. 실제 임상은 최신 지침과 소속 기관 프로토콜을 따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