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bin이 제시한 모성역할 획득(maternal role attainment) 과정은 임신 기간부터 출산 후까지 이어지는 발달 과업의 연속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과제는
임신 사실의 수용입니다. 임부는 자신의 몸 안에 새로운 생명이 자리 잡았음을 인지하고, 임신 전의 자아상에서 ‘임신한 나’라는 변화된 정체성으로 옮겨 가는 심리적 작업을 시작합니다. 이 수용이 선행되어야 이후 태아와의 애착 형성, 출산 준비, 부모 역할 조율 같은 다음 단계 과업으로 자연스럽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Rubin의 단계 모형에서 임신 수용은 다시 세 가지 하위 과제로 세분됩니다. 첫째는
임신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 둘째는
태아를 별개의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 셋째는
어머니가 된다는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임부가 ‘임신했다’는 신체적 신호를 인정하고, 태아를 자신과 분리된 하나의 생명으로 느끼며, 자신을 돌봄 제공자로 인식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모성 정체성의 기초가 형성됩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지식으로 아는 것과 달리 정서적 수용을 포함하므로 개인마다 속도와 양상이 다를 수 있습니다.
모성 정체성(maternal identity)의 구성 요소를 살펴보면 이 첫 단계의 중요성이 더 분명해집니다. 모성 정체성 척도 관련 연구에서는
영아에 대한 애착,
역할 수행에 대한 유능감,
역할에서 느끼는 만족감을 핵심 요인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1]. 이 세 요소는 모두 임신 기간의 수용 경험을 바탕으로 출산 후에 구체화됩니다.
임신 초기에 자신의 상태를 수용하지 못한 채 넘어가면, 출산 후 아기와의 상호작용에서 역할 유능감이나 만족감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첫 과업은 이후 모든 모성 역할 발달의 토대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임신 말기부터 산후 12개월까지 모성 유대(bonding)의 변화 궤적을 추적한 연구에서도 유대 형성은 단일한 경로가 아니라 여러 유형으로 나뉘며, 임신 중의 심리적 상태와 밀접하게 연관됨이 확인되었습니다
[2]. 이는
핵심! 임신 기간 동안 형성되기 시작한 태아와의 정서적 연결이 출산 후 애착으로 이어지는 연속선상에 있음을 시사합니다. 다만 유대의 질적 수준은 개인차가 크므로, 임신 수용이 늦거나 어려워 보이는 임부를 단정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개별적 맥락을 고려한 사정이 필요합니다.
혼동 주의! 보기 2번의 ‘태아와 교감하기’는 Rubin의 단계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과업입니다. 태아 움직임을 느끼고 태아를 독립된 존재로 인식하는 것은 임신 수용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뒤에 가능한 발달 과제입니다. 임신을 처음 알게 된 시점에서는 아직 태아 움직임도 뚜렷하지 않고, 신체적 변화에 대한 인식과 수용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첫 과업으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출산 준비나 부모 역할 조율, 돌봄 기술 습득은 모두 임신 후기나 출산 이후에 본격화되는 과업입니다.
Rubin의 모성역할 획득 이론은 산전 간호에서 임부를 사정하고 교육할 때 유용한 틀로 활용됩니다. 첫 산전 방문 시 임부가 보이는 반응, 즉 임신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신체 변화에 대해 어떤 감정을 표현하는지, 태아에 대해 어떤 언어로 이야기하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신 수용이 지연되거나 갈등을 보이는 임부에게는 정보 제공보다 정서적 지지와 경청이 우선되어야 하며, 수용 단계에 맞춘 간호 중재를 계획해야 합니다.참고 문헌 (논문 출처)
- [1]
Turkish Validity and Reliability Study of the Maternal Identity Scale.일반논문Uçakcı Asalıoğlu C, Alkaş S, Yaman Sözbir Ş. (2026) · DOI: 10.1111/birt.70047
- [2]
Trajectories of maternal bonding over the perinatal period: Associations with demographic, obstetric, psychological, and infant variables.일반논문de Waal N, Hulsbosch LP, Schwabe I, Nyklíček I, Bogaerts S, Boekhorst MGBM. (2026) · DOI: 10.1002/imhj.70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