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개복 수술 후 복부 팽만과 장음 감소는 수술 직후 흔히 접하는 임상 양상이다. 통증이 심하지 않고 복부가 부드럽다는 점이 감별의 핵심 단서가 된다. 복막염이나 급성 충수염처럼 복강 내 염증이 뚜렷한 상태라면 복부 압통과 반발통이 동반되기 마련인데, 이 사례에서는 그러한 복막 자극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 장중첩증이나 기계적 장폐색은 대개 간헐적이고 경련성인 복통을 동반하며, 장음이 항진되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반면
마비성 장폐색(paralytic ileus)은 장관의 연동운동이 광범위하게 저하되거나 소실되어 장 내용물의 통과가 멈추는 상태이다. 개복 수술 중 장관을 직접 조작하거나 마취제, 아편유사제 진통제를 사용하면 장 신경총과 평활근의 활동이 억제되어 수술 후 며칠간 연동운동이 떨어질 수 있다. 이때 장음은 거의 들리지 않고, 가스와 분비물이 장관 내에 고이면서 복부 팽만이 나타난다. 염증성 질환과 달리 복막 자체의 자극은 없으므로 복부는 비교적 부드럽고 통증도 심하지 않은 편이다.
수술 후 마비성 장폐색은 복부 대수술에서 비교적 흔한 합병증으로, 입원 기간을 늘리고 다른 수술 후 합병증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1]. 특히 위장관 종양 수술에서는 예방과 치료를 위한 약물적 중재가 활발히 연구되어 왔으며,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도 수술 후 마비성 장폐색이 주요 임상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3]. 대장 절제술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수술 후 회복 촉진(ERAS) 프로토콜의 여러 구성 요소가 마비성 장폐색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로 분석되기도 하였다
[2].
병태생리적으로 수술 후 마비성 장폐색은 교감신경 활성 증가, 국소 염증 반응, 장관 내 신경계의 기능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개복 수술은 장관을 노출시키고 조작하는 과정에서 장벽에 미세한 염증을 유발하고, 이 염증 반응이 장관 평활근의 수축력을 떨어뜨린다. 마취에서 깨어난 뒤에도 아편유사제 진통제가 장관의 μ-수용체에 작용하여 연동운동을 지속적으로 억제하기 때문에 장음 감소와 복부 팽만이 수일간 이어질 수 있다.
임상에서 마비성 장폐색은 기계적 장폐색과 감별이 중요하다. 기계적 장폐색은 유착이나 종양 등 물리적 폐색이 원인이므로 장관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강하게 수축하면서 간헐적 복통과 함께 장음이 항진되는 소견을 보인다. 반면 마비성 장폐색은 장관 전체가 움직임을 멈춘 상태이므로 장음이 감소하거나 소실되고, 통증보다는 팽만감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 문제에서 통증이 심하지 않고 복부가 부드럽다고 제시된 것은 마비성 장폐색의 전형적인 특징에 부합한다.
치료는 대개 보존적으로 이루어진다. 금식과 비위관 감압으로 장관 내압을 낮추고, 수액과 전해질을 교정하며, 아편유사제 사용을 줄이거나 조기 보행을 시행하여 장운동 회복을 유도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고압산소요법이 수술 후 마비성 장폐색의 치료에 사용될 수 있음을 보고하고 있으며, 그 예후와 관련된 인자들이 평가된 바 있다
[4]. 국시 관점에서는 수술 후 장음 감소, 복부 팽만, 경미한 통증, 부드러운 복부라는 조합을 마비성 장폐색의 전형적 임상상으로 기억하고, 장음 항진과 경련성 복통을 보이는 기계적 장폐색, 복막 자극 징후를 보이는 복막염과 구분하는 것이 핵심이다.
참고 문헌 (논문 출처)
- [1]
Incidence and outcomes of postoperative paralytic ileus after cytoreductive surgery with HIPEC: A population-based study.일반논문Ghanipour L, Mahmmud LO, Huang B, Palmer GJ, Cashin P, Abraham-Nordling M. (2026) · DOI: 10.1111/codi.70567
- [2]
Protective Effects of 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Components on Postoperative Paralytic Ileus: A Double Machine Learning Analysis of 7,409 Colonic Resections.일반논문Bjerregaard F, Brindle M, Wang Y, Buchli C, Hubner M, Nelson G, Gustafsson UO. (2026) · DOI: 10.1016/j.jss.2026.05.030
- [3]
Pharmacologic prevention and therapy of postoperative paralytic ileus after gastrointestinal cancer surgery: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메타분석/체계고찰Reichert M, Willis F, Post S, Schneider M, Vilz T, Willis M, Hecker A. (2024) · DOI: 10.1097/js9.0000000000001393
- [4]
Factors related to the prognosis of hyperbaric oxygen therapy for postoperative paralytic ileus.일반논문Onodera K, Ishikawa M, Homura M, Takahashi K, Hoshino K, Morimoto Y. (2025) · DOI: 10.22462/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