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은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외분비 기능과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능을 동시에 담당합니다. 만성 췌장염에서 염증이 반복되며 췌장 실질이 섬유화되고 위축되면, 효소를 만들어 내는 선방세포(acinar cell)가 점차 소실됩니다. 췌장효소 분비량이 정상의
80% 이상 감소한 시점부터는 소화에 필요한 최소 역치(threshold)를 밑돌게 되어 영양소의 소화·흡수 장애가 임상적으로 뚜렷해집니다
[4]. 이 상태를 췌장 외분비 기능부전(pancreatic exocrine insufficiency, PEI)이라고 합니다.
췌장효소 분비가 80% 이상 줄면 가장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지방의 소화·흡수 장애로 인한 지방변(steatorrhea)입니다. 그 이유는 효소의 종류별 분비 감소 속도와 역할의 차이에 있습니다. 췌장에서 만들어지는 주요 소화효소는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아밀라아제(amylase), 단백질을 분해하는 프로테아제(protease), 지방을 분해하는 리파아제(lipase)입니다. 만성 췌장염이 진행될 때
리파아제는 다른 효소보다 더 일찍, 더 현저하게 분비가 감소합니다. 게다가 리파아제는 위산에 의해 쉽게 불활성화되고, 지방 소화를 보조하는 중탄산염(bicarbonate) 분비도 함께 줄어들어 십이지장 내 pH가 낮아지면 리파아제 활성은 더욱 떨어집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침샘 아밀라아제, 위 펩신, 장의 brush-border 효소 등 췌장 외의 보조 경로가 일부 존재하지만, 지방 소화는 사실상 췌장 리파아제에 전적으로 의존합니다. 따라서 PEI가 진행되면 지방 흡수장애가 가장 먼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1][3].
소화되지 않은 지방이 대장으로 넘어가면 장내 세균에 의해 발효·분해되면서 대변의 성상이 변합니다. 대변은
지방변의 전형적 특징인 양이 많고(bulky), 악취가 나며(foul-smelling), 기름지고(oily), 물에 잘 가라앉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환자는 기름방울이 물 위에 뜨는 변, 변기에 달라붙어 잘 내려가지 않는 변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 지용성 비타민(A, D, E, K)의 흡수장애가 동반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야맹증, 골연화증, 응고장애 등의 결핍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2][4].
보기에서
설사도 PEI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지만, 이는 지방변과 동일한 개념은 아닙니다. PEI 환자의 설사는 대부분 지방변에서 기인한 것이며, 초기에는 비특이적인 복부 불편감이나 묽은 변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1]. 그러나 문제에서 ‘췌장효소 분비가
80% 이상 감소’된 상태, 즉 명백한 기능부전 단계에서 ‘특징적’ 증상을 묻고 있으므로, 지방 소화장애의 직접적 결과인 지방변이 가장 타당한 답입니다.
혼동 주의! 설사는 빈도나 수분 함량의 증가를 의미하는 넓은 개념이고, 지방변은 대변 내 지방 배설량이 하루
7g 이상으로 증가한 상태를 가리키는 보다 특이적인 용어입니다.
구역과 구토는 만성 췌장염의 급성 악화 시기에 동반될 수 있는 비특이적 증상이며, 췌장 출혈은 만성 췌장염의 합병증(예: 가성동맥류 파열, 출혈성 가성낭종)으로 효소 분비 감소 자체의 직접적 결과가 아닙니다. 체중 감소와 근육소모는 지방변과 함께 나타나는 영양결핍의 결과이며, 내분비 기능부전이 동반되면 당뇨병 양상(다뇨, 다갈, 다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구분 | 지방변(steatorrhea) | 일반 설사(diarrhea) |
|---|
| 주요 기전 | 리파아제 분비 감소로 지방 소화·흡수 장애 | 수분·전해질 분비 증가 또는 흡수 감소, 장운동 항진 등 |
| 대변 성상 | 양 많고 악취, 기름지고 물에 뜨며 변기에 달라붙음 | 묽은 변, 수양성 변, 빈도 증가 |
| PEI와의 연관성 | 췌장효소 80% 이상 감소 시 특징적 | PEI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나 비특이적 |
| 동반 소견 | 지용성 비타민 결핍, 체중 감소 | 원인 질환에 따라 다양 |
PEI가 의심되는 환자에서 지방변의 존재는 췌장효소 보충요법(pancreatic enzyme replacement therapy, PERT) 시작의 핵심 근거가 됩니다. 유럽 가이드라인에서는 영양실조의 임상 징후나 지방변 증상이 있는 PEI 환자에게 식사와 함께 리파아제를 보충하도록 권고하며, 이를 통해 지방 흡수율을 높이고 체중 감소와 영양결핍을 교정할 수 있습니다
[2]. 임상 실습에서 만성 췌장염 환자의 대변 양상과 악취, 체중 변화를 관찰하는 것은 단순한 증상 기록을 넘어 외분비 기능부전의 진행 정도를 가늠하고 치료 적정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간호사정입니다
[4].
참고 문헌 (논문 출처)
- [1]
Pancreatic exocrine insufficiency.일반논문Iglesia D, Vujasinovic M, Löhr JM, Dominguez-Muñoz JE (2026) · DOI: 10.1016/j.eclinm.2026.103880
- [2]
European guidelines for the diagnosis and treatment of pancreatic exocrine insufficiency: UEG, EPC, EDS, ESPEN, ESPGHAN, ESDO, and ESPCG evidence-based recommendations.가이드라인Dominguez-Muñoz JE, Vujasinovic M, de la Iglesia D, Cahen D, Capurso G, Gubergrits N (2025) · DOI: 10.1002/ueg2.12674
- [3]
Unique causes of exocrine pancreatic insufficiency: When to consider pancreatic enzyme supplementation: A narrative review.일반논문Williams V, Funk S. (2026) · DOI: 10.1002/ncp.70141
- [4]
AGA Clinical Practice Update on the Epidemiology, Evaluation, and Management of Exocrine Pancreatic Insufficiency: Expert Review.일반논문Whitcomb DC, Buchner AM, Forsmark CE (2023) · DOI: 10.1053/j.gastro.2023.07.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