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 해설
의료물품은 허가받을 때 사용 횟수까지 함께 정해집니다. 한 번만 쓰도록 표시된 물품은 그 한 번의 사용을 전제로 재질, 강도, 멸균 상태, 성능이 확인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물품을 씻고 소독해 다시 쓰는 일은 절약이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상태로 환자에게 쓰는 일이 됩니다.
재사용이 위험한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하실 수 있습니다. 첫째는 세척의 한계입니다. 관 모양으로 가늘고 긴 내강을 가진 물품은 안쪽에 붙은 혈액과 조직 찌꺼기를 완전히 씻어 내기 어렵고, 남은 유기물은 소독제나 멸균 증기가 균에 닿는 것을 막습니다. 겉이 깨끗해 보여도 안쪽은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둘째는 재질의 변형입니다. 일회용 물품에 쓰이는 고분자 재질은 고온과 고압, 화학 소독제에 견디도록 만들어지지 않아 갈라지거나 늘어나고, 접합 부위가 헐거워집니다. 셋째는 성능의 저하입니다. 주사바늘의 날은 무디어지고 도관의 풍선은 새며, 필터는 막힙니다. 이런 변화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대비되는 개념으로 재사용이 허용되는 물품을 갈라 두시면 좋습니다. 여러 번 쓰도록 허가된 기구는 세척, 소독 또는 멸균, 건조, 보관까지의 재처리 절차와 그 절차를 몇 회까지 반복할 수 있는지가 정해져 있고, 병원은 그 절차대로 처리했는지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즉 재사용의 기준은 물품이 튼튼해 보이는지가 아니라 재처리 절차가 검증되어 있는지입니다.
임상에서 주의하실 점은 판단의 주체입니다. 재사용 여부는 비용을 아끼려는 병동의 재량으로 정할 사안이 아니며, 원가 절감을 이유로 관행처럼 이어지는 경우 사고가 나면 병원과 개인 모두 책임을 지게 됩니다. 물품이 자주 모자라 재사용의 유혹이 생긴다면 정수를 다시 정하고 청구 주기를 조정하는 재고관리로 푸는 것이 맞는 방향입니다.
마지막으로 표시를 확인하는 습관을 덧붙여 두십시오. 물품 포장에는 한 번만 쓰도록 정해 두었는지, 멸균 상태인지, 유효기간이 언제까지인지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새로 들어온 물품일수록 이 표시를 먼저 확인하시고, 판단이 서지 않으면 병동에서 정하지 마시고 감염관리실이나 물품 담당 부서에 확인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학습 참고용입니다. 실제 임상은 최신 지침과 소속 기관 프로토콜을 따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