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치료학에서 청소년기 발달 특성을 다루는 이유는, 이 시기의 정체감 형성 과정이 이후 성인기 초기의 진로 선택, 대인관계 양상, 그리고 정신건강 문제의 발현과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작업치료사는 청소년 클라이언트가 의미 있는 작업(학업, 여가, 사회 참여)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정체감 혼란이나 유예 상태를 평가하고, 탐색과 관여를 촉진하는 중재를 계획해야 합니다.
마샤(Marcia)의 정체감 지위 이론은 에릭슨(Erikson)의 심리사회적 발달 단계 중 정체감 대 역할 혼미 단계를 조작적으로 정의한 것입니다. 마샤는 청소년이 정체감을 형성해 가는 과정을 두 가지 차원, 즉
탐색(exploration)과
관여(commitment)의 유무에 따라 네 가지 지위로 구분했습니다. 탐색은 자신의 가치, 신념, 진로, 성역할 등에 대해 여러 대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시도해 보는 과정을 말하며, 관여는 그러한 탐색을 바탕으로 특정한 방향이나 가치에 확고하게 전념하고 실천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두 기준의 조합에 따라 정체감 지위는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탐색과 관여가 모두 높은 상태는
정체감 성취(identity achievement), 탐색은 높지만 관여가 낮은 상태는
정체감 유예(identity moratorium), 탐색 없이 관여만 높은 상태는
정체감 유실(identity foreclosure), 탐색과 관여가 모두 낮은 상태는
정체감 혼미(identity diffusion)로 구분됩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정한 진로를 아무런 고민 없이 그대로 따르는 청소년은 탐색 없이 관여만 있는 정체감 유실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근거 자료에서도 이러한 개념적 틀이 실제 연구에 적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 후반에서 성인기 초기로의 전환기(고등학교에서 고등교육으로의 이행)에 정체감 발달을 다룬 연구에서는, 자율성을 지지하는 양육 방식이 청소년의 ‘내적 나침반(authentic inner compass)’을 형성하게 하여 정체감 발달을 촉진한다고 설명합니다
[1]. 여기서 내적 나침반은 자신이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목표를 스스로 탐색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반영하므로, 마샤가 말한 탐색과 관여의 개념과 맞닿아 있습니다.
또한 청소년과 젊은 성인의 내러티브 정체감 발달을 검토한 연구에서는 청소년기를 정체감 형성에 취약한 시기로 규정하면서, 시간 지각, 사건의 일관된 조직화, 자기 표상의 발달이 이 시기에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주목합니다
[2]. 이는 정체감이 단순히 연령이나 성별, 지능과 같은 고정된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경험을 탐색하고 의미를 부여하여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로 통합해 가는 능동적 과정임을 시사합니다.
만성 신체 질환을 가진 청소년과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정체감 측정 도구를 체계적으로 고찰한 연구에서도, 정체감은 질환과 관련된 자기 개념을 어떻게 탐색하고 수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구성 개념으로 다루어집니다
[3]. 에콰도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정체감 과정을 잠재 프로파일 분석으로 접근한 것 역시, 개인마다 탐색과 관여의 조합이 다르게 나타나며 이것이 정신건강 및 심리사회적 적응과 연관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4]. 이처럼 마샤의 두 기준은 청소년기 발달을 평가하고 중재하는 작업치료 실무에서도 클라이언트의 정체감 상태를 파악하는 핵심적인 개념 틀로 사용됩니다.
참고 문헌 (논문 출처)
- [1]
How autonomy-supportive parenting fosters adolescent identity across the transition to higher education: The role of an authentic inner compass.일반논문Houthuys S, Vermote B, Vansteenkiste M, Beyers W, Prinzie P, Soenens B. (2026) · DOI: 10.1111/jora.70233
- [2]
Narrative Identity Development In Adolescents And Young Adults: A Scoping Review.일반논문Esposito CM, Stanghellini G. (2026) · DOI: 10.36131/cnfioritieditore20260102
- [3]
Measures of identity in adolescents/young adults with long-term physical health conditions: a systematic review.메타분석/체계고찰Rugg T, Caes L, Eccleston C, Carter B, Gauntlett-Gilbert J, Pain CE, Jordan A. (2026) · DOI: 10.1093/jpepsy/jsag001
- [4]
Identity processes and distress: a person-centered analysis of ecuadorian university students.일반논문Gfellner BM, Bartoszuk K, Deal J, Cordero-Hermida F, Cordoba AI. (2026) · DOI: 10.1080/28324765.2026.2626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