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서 다리를 올렸을 때 창백해지는 현상은 말초동맥질환(PAD)의 전형적인 징후입니다. PAD는 다리로 가는 동맥에 죽상경화증(atherosclerosis)이 생겨 혈류가 줄어드는 질환으로, 증상의 중증도는 순환 저하 정도와 그 진행 속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1].
다리 거상 시 창백해지는 기전
정상적인 동맥 순환이라면 다리를 심장보다 높이 올려도 동맥압이 충분히 높아 중력을 이기고 혈액을 발끝까지 밀어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PAD 환자는 동맥 내강이 좁아져 있어
동맥압이 낮은 상태입니다. 다리를 올리면 중력이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는데, 이미 낮아진 동맥압으로는 이 중력을 이기지 못해 피부 모세혈관으로 혈액이 도달하지 못합니다. 그 결과 피부가
창백(pallor)해집니다. 반대로 다리를 아래로 내리면 중력의 도움으로 혈액이 내려가면서 반사성 충혈(reactive hyperemia)로 피부가 붉어지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거상 시 창백해지는 것은 동맥 쪽 혈류 부족을 반영하는 소견입니다. 정맥판막 손상이나 정맥압 상승, 림프관 폐쇄, 모세혈관 투과성 증가는 각각 정맥울혈이나 부종의 기전과 관련되며, 다리 거상 시 창백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임상적 의의
PAD의 임상 양상은 순환 저하가 서서히 진행했는지, 아니면 갑자기 보상 없이 악화되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1]. 거상 시 창백은 만성적인 동맥 협착으로 인해 휴식기에는 겨우 관류가 유지되다가도 중력 부하가 더해지면 혈류가 차단되는 상태를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한 피부색 변화가 아니라
조직 관류(perfusion)가 위협받고 있다는 신호로, 허혈의 중증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재관류술 필요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됩니다
[1]. 특히 중증 하지 허혈(critical limb ischemia)로 진행하면 휴식기 통증이나 조직 괴사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혈관 내피 기능 장애 및 산화 스트레스 증가와도 연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