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균 물품의 오염 판단은 단순히 유효기간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 관련 멸균 유지(Event-Related Sterility Maintenance, ERSM)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전통적인
시간 관련 멸균 유지(Time-Related Sterility Maintenance, TRSM) 방식은 포장재의 종류와 보관 환경에 따라 정해진 유효기간이 지나면 개봉하지 않았더라도 무조건 재멸균을 시행합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멸균 상태의 소실이 단순히 시간의 경과보다는 ‘사건(event)’, 즉 포장재의 손상, 습기 노출, 취급 과정의 오염 등에 의해 결정된다는 ERSM 개념을 지지합니다
[2].
포장이 젖어 있는 경우는 ERSM의 관점에서 즉각적인 오염으로 간주해야 하는 대표적인 사건입니다. 멸균 포장지는 일반적으로 미생물은 통과시키지 못하지만 공기는 통과할 수 있는 다공성 구조로 되어 있어, 고압증기멸균(autoclaving) 과정에서 증기가 침투하고 건조 과정에서 수분이 제거됩니다. 만약 포장재가 물에 젖으면
모세관 현상(capillary action)이 발생하여 물이 포장재의 섬유 사이를 통로 삼아 이동하고, 이 물길을 따라 외부의 세균이 내부로 침투할 수 있습니다
[1]. 즉, 포장재의 물리적 장벽 기능이 상실되는 것입니다. 이는 중앙멸균공급실(CSSD)의 품질 관리에서 포장의 부적합(non-conforming packaging)을 줄이는 것이 의료 관련 감염(HAI) 예방에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3].
다른 보기들이 오염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봉합선이 온전한 경우, 유효기간이 남아 있는 경우, 겉면의 표시가 선명한 경우, 그리고 건조한 선반에 보관된 경우는 모두 포장의 무결성(integrity)과 적절한 보관 환경이 유지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특히 건조한 환경 보관은 ERSM 원칙 하에서 멸균 상태를 유지하는 핵심 조건 중 하나이며, 일부 연구에서는 통제된 환경에서 보관된 멸균 기구의 유효기간이 기존의 시간 기준보다 훨씬 길어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4]. 따라서 포장이 젖어 있는 상황은 이러한 모든 안전 조건을 무효화하는 명백한 오염 사건이므로, 해당 물품은 즉시 사용 중단하고 재멸균해야 합니다.
참고 문헌 (논문 출처)
- [1]
Steam sterilization: Review of autoclaves, validation, instrument packing, and sterility failures.일반논문Kumaran M, Fredrick N, Dudeja G, Sukumaran R, Dorairaj C. (2026) · DOI: 10.4103/ijo.ijo_2023_25
- [2]
An 18-month pilot microbiological evaluation of sterilized operating room supplies stored under routine clinical conditions at a single hospital in Japan.일반논문Hara K, Tomooka M, Tachibana R, Kumashiro R. (2026) · DOI: 10.1186/s13104-026-07778-7
- [3]
Application of the quality control circle model to reduce non-conforming surgical instrument packaging and hospital-acquired infection risk: a pilot study.일반논문Mai L, Shen X, Zeng C, Lin C, Huang X, Pan C. (2026) · DOI: 10.3389/fcimb.2026.1775286
- [4]
A Shelf-Life Assessment of Sterilized Surgical Instruments Stored Under Controlled Conditions: A Comparative Study of a Single vs. Double Self-Sealing Pouch.일반논문Cavalli S, Caterino C, Nocera FP, Pizzano F, Schena R, Aragosa F, Arslan S, Della Valle G, De Martino L, Fatone G. (2025) · DOI: 10.3390/vetsci120605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