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충돌 외상환자에서 복부 팽창과 좌측 어깨 통증
고속충돌과 같은 둔상(blunt trauma) 기전에서 복부 팽창(distension), 좌측 어깨 끝 통증(left shoulder tip pain), 그리고 창백한 피부와 혈압 저하(저혈량성 쇼크, hypovolemic shock)가 동반된 경우,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할 손상은
비장 손상(splenic injury)에 의한 복강내 출혈(intraperitoneal hemorrhage)이다.
비장은 해부학적으로 좌상복부(left upper quadrant)에 위치하며, 혈류가 매우 풍부한 실질 장기이다. 둔상 시 늑골에 의해 보호받지만, 고속충돌과 같은 강한 감속 손상(deceleration injury)이나 직접적인 충격이 가해지면 비장 피막(splenic capsule)과 실질이 쉽게 파열된다. 비장 파열(splenic rupture)은 복강 내로 대량의 출혈을 유발하여 빠르게 순환 혈액량을 감소시키고, 이는 혈압 저하와 창백한 피부 같은 전형적인 저혈량성 쇼크의 임상 양상으로 나타난다
[3].
케르 징후(Kehr's sign)의 병태생리
문제에서 제시된
왼쪽 어깨 끝 통증은
케르 징후(Kehr's sign)로, 비장 손상으로 인한 복강내 출혈을 강력히 시사하는 특징적인 임상 소견이다. 복강 내에 고인 혈액이 좌측 횡격막 아래에 축적되어 횡격막을 자극하게 되고, 이 자극이 횡격막 신경(phrenic nerve, C3-C5 경추 신경 분지)을 따라 전달된다. 횡격막 신경과 좌측 어깨의 피부 감각을 담당하는 쇄골상 신경(supraclavicular nerve)은 동일한 경추 신경 분절(C3-C5)에서 기원하므로, 뇌는 횡격막에서 오는 통증 신호를 좌측 어깨 끝에서 발생하는 통증으로 착각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연관통(referred pain)의 기전이며, 외상 환자에서 좌측 어깨 통증이 동반된 복부 팽창과 쇼크는 비장 손상의 가능성을 매우 높여준다.
감별 진단과 오답 분석
1번
왼쪽 콩팥 손상에 의한 뒤복막출혈은 좌측 옆구리 통증(flank pain)과 혈뇨(hematuria)가 주된 증상이며, 출혈이 주로 뒤복막강(retroperitoneal space)에 국한되어 초기에는 복부 팽창이 두드러지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케르 징후는 복강내 자유 혈액에 의한 횡격막 자극이 원인이므로 뒤복막 출혈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2번
왼쪽 아래갈비뼈 골절과 혈흉의 경우, 갈비뼈 골절 자체로 국소 압통과 호흡곤란이 주 증상이며, 혈흉(hemothorax)은 흉강 내 출혈로 인해 호흡음 감소와 타진 시 둔탁음 같은 흉부 진찰 소견이 나타난다. 복부 팽창을 주소견으로 하지 않으며, 케르 징후 또한 전형적인 소견이 아니다.
3번
췌장 손상에 의한 뒤복막염은 주로 상복부에 국한된 심부 통증이 특징이며, 쇼크가 발생하기까지는 일반적으로 시간이 소요된다. 췌장액 누출로 인한 화학적 복막염은 복부 팽창을 유발할 수 있으나, 급성 출혈로 인한 즉각적인 저혈량성 쇼크와 케르 징후를 주 증상으로 나타내지는 않는다.
4번
외상성 대동맥손상은 고속 감속 손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손상이지만, 주로 흉부 대동맥 협부(aortic isthmus)에서 발생하며, 증상은 심한 흉통, 배부 통증, 상하지 혈압 차이, 그리고 급속한 쇼크 진행이 특징이다. 복부 팽창이나 좌측 어깨 연관통은 대동맥 손상의 전형적인 임상 양상과 거리가 멀다.
응급구조사 현장 처치 관점
둔상 환자에서 비장 손상이 의심되는 경우, 현장에서의 신속한 평가와 처치가 예후를 결정한다. 복부 팽창과 케르 징후 같은 복강내 출혈의 징후를 조기에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혈량성 쇼크가 진행 중이므로, 즉시 고용량 산소 투여, 두 줄의 정맥로 확보, 그리고 수액 소생술(fluid resuscitation)을 시작해야 한다. 비장 동맥류(splenic artery aneurysm) 파열의 경우에도 유사한 양상의 급성 좌상복부 통증과 쇼크가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가임기 여성에서는 파열 시 사망률이
65-75%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므로
[4], 현장에서는 원인을 정확히 감별하기보다는 출혈성 쇼크에 대한 표준 처치를 우선적으로 적용하며 신속히 외상 센터로 이송해야 한다. 소아 둔상의 경우에도 혈역학적으로 안정된 상태라면 비수술적 치료(non-operative treatment)가 우선 고려될 수 있으나 , 혈역학적 불안정성이 확인되는 순간 즉각적인 수술적 중재가 필요하므로 이송 중 지속적인 활력징후 모니터링과 재평가가 필수적이다. 비장 파열은 대장 내시경 점막 절제술과 같은 드문 의인성 상황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 외상 기전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복강내 출혈의 징후를 보이는 환자에서는 항상 비장 손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참고 문헌 (논문 출처)
- [3]
Spontaneous rupture of a splenic artery aneurysm with splenic epithelioid hemangioendothelioma: a case report.케이스리포트Chen G, Yang J, Qian G, Jiang K, Lv Y, Shi N, Zhu T. (2019) · DOI: 10.1177/0300060518819372
- [4]
Splenic aneurysms: natural history and treatment techniques.일반논문Mariúba JVO. (2019) · DOI: 10.1590/1677-5449.190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