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체계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안 되는 주체’를 묻는 문제는 단순히 법조문 암기가 아니라, 응급의료종사자에게 부여된 직업적 의무(professional obligation)의 성격을 이해해야 풀 수 있습니다. 보기의 음식점 종업원, 택배 기사, 공연 관람객, 일반 여행객은 응급 상황에서 선의의 구조를 할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 응급처치를 제공해야 할 직업적 의무를 지는 주체는 아닙니다. 반면 응급의료종사자는 응급환자를 진료하거나 처치해야 할 법적·윤리적 책임이 직업 그 자체에 내재되어 있습니다.
직업적 의무와 양심적 거부의 한계
응급구조사, 간호사, 의사 등 응급의료종사자는 환자가 도움을 요청하는 현장에서 개인적인 사정이나 신념을 이유로 처치를 회피할 수 없습니다. Giubilini의 논의에 따르면, 의료 분야에서 양심(conscience)은 주로 ‘양심적 거부권’을 옹호하는 논거로 사용되어 왔지만, 직업적 의무와 충돌할 때는 개인의 도덕적·종교적 견해를 잠시 유보할 수 있어야 진정한 전문직업인이라는 반론이 존재합니다
[1]. 이는 응급구조학과 학생이 반드시 구분해야 할 지점입니다. 양심적 거부권은 특정 의료행위(예: 선택적 시술)에 한정되어 논의되는 것이지, 응급환자에 대한 즉각적인 처치 거부를 정당화하지 않습니다. 응급 현장에서 응급의료종사자가 아무 이유 없이 처치를 피하는 것은 직업적 의무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치료의 의무(duty to care)’의 재확인
코로나19 팬데믹은 응급의료종사자의 ‘치료의 의무’가 단순한 윤리적 슬로건이 아니라 법적·제도적으로 강제되는 직업적 책임임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Bösenberg와 Ueckermann의 연구는 팬데믹과 같은 의료 자원 부족 상황에서도 의료종사자가 직업적 의무와 개인적 안전, 가족에 대한 책임 사이에서 긴장을 겪었지만, 헌법적 틀과 직업보건 의무가 ‘치료의 의무’를 뒷받침했음을 분석합니다
[2]. 이는 응급구조사 국가고시에서도 중요한 함의를 가집니다. 응급의료종사자는 감염 위험이나 개인적 위험을 이유로 응급환자에 대한 처치를 일방적으로 거부할 수 없으며,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려면 적절한 보호장비 부재, 명백한 안전 위협 등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하기 싫다’거나 ‘내 일이 아니다’라는 태도는 직업적 의무 위반에 해당합니다.
응급구조학 전공과목과 병원전 처치 맥락에서의 적용
병원전 처치(prehospital care) 단계에서 응급의료종사자는 환자와 의료체계를 연결하는 최초의 전문 인력입니다. 응급구조사가 현장에서 처치를 거부하면 환자는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 자체를 상실하게 됩니다. 따라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은 응급의료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환자에 대한 처치를 거부하거나 기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의 상황 설정인 “업무 중인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처치를 피하려 한다”는 표현은 바로 이러한 직업적 의무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입니다. 업무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응급의료종사자에게는 응급처치 제공 의무가 활성화된 상태임을 의미합니다.
오답 보기와의 비교
일반 시민은 응급환자를 발견했을 때 신고하거나 구조를 시도할 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응급의료종사자와 동일한 법적 제재를 받지는 않습니다. 음식점 종업원이나 택배 기사, 공연 관람객, 일반 여행객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상 ‘응급의료종사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들에게 응급처치 제공을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선한 사마리아인 법리(Good Samaritan doctrine)에 따라 자발적으로 구조에 나선 경우에는 그 행위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으나, 이는 ‘의무’가 아니라 ‘보호’의 문제입니다. 반면 응급의료종사자는 직업적 지위 자체에서 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1][2].
참고 문헌 (논문 출처)
- [1]
Professional obligations and the demandingness of acting against one's conscience.일반논문Giubilini A. (2025) · DOI: 10.1136/jme-2024-110447
- [2]
Pandem-ethics: Post-mortem reflection on healthcare worker ethics during the time of coronavirus disease 2019 pandemonium.일반논문Bösenberg LH, Ueckermann V. (2026) · DOI: 10.4102/sajid.v41i1.7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