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심장의 전기 활동과 심전도의 원리
심전도는 심근세포가 차례로 탈분극·재분극하며 만든 전기 변화를 몸 표면에서 시간에 따라 기록한 것이다. 심장이 얼마나 세게 짜는지가 아니라 전기가 언제, 어느 방향으로, 어떤 순서로 퍼지는지를 보여 준다.
이 단원의 흐름
세포 하나의 전기 변화에서 시작해 심장 전체의 전도 순서, 그것이 피부까지 전달되는 원리, 그리고 심전도로 알 수 있는 것과 알 수 없는 것까지 차례로 쌓는다.
심근세포는 왜 전기를 띠는가
세포 안은 바깥보다 음전하를 띤다
모든 살아 있는 세포는 세포막을 사이에 두고 안과 밖의 이온 농도가 다르다. 세포 안에는 칼륨(K⁺)이 많고, 바깥에는 나트륨(Na⁺)과 칼슘(Ca²⁺)이 많다. 이 차이는 세포막의 나트륨-칼륨 펌프가 에너지(ATP)를 써서 나트륨을 내보내고 칼륨을 들여오며 유지한다. 쉬고 있는 막은 칼륨이 새어 나가는 통로가 주로 열려 있어, 양전하가 빠져나간 만큼 세포 안이 바깥보다 음전하를 띤다. 이 쉬는 상태의 전압 차이를 안정막전위라 하고, 심실 근육세포에서는 약 -90mV 정도다.
탈분극: 안쪽이 순간적으로 양전하가 된다
이웃 세포에서 전기 자극이 넘어와 막전위가 일정 수준(역치)을 넘으면 빠른 나트륨 통로가 한꺼번에 열린다. 바깥의 나트륨이 세포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세포 안이 순식간에 양전하 쪽으로 뒤집힌다. 쉬는 상태에서 벗어난다는 뜻으로 이것을 탈분극이라고 한다. 탈분극은 이웃 세포로 차례차례 번지며, 이 흐름이 근육을 수축시키는 신호가 된다.
고원기: 칼슘이 들어와 수축을 오래 유지한다
심실 근육세포는 탈분극 뒤 곧바로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 않고 막전위가 한동안 평평하게 유지된다. 이 시기에 칼슘 통로(L형)를 통해 칼슘이 천천히 들어오고, 칼륨은 조금씩 나간다. 들어온 칼슘은 근육 수축을 일으키고 유지한다. 심근의 활동전위가 골격근보다 훨씬 긴 이유가 이 고원기이며, 활동전위가 긴 동안에는 다시 흥분할 수 없어(불응기) 심장이 경련하듯 계속 수축하지 않고 수축과 이완을 번갈아 할 수 있다.
재분극: 칼륨이 나가며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칼슘 통로가 닫히고 칼륨 통로가 더 열리면 칼륨이 빠져나가면서 세포 안이 다시 음전하로 돌아온다. 이것이 재분극이다. 재분극이 끝나야 다음 자극에 반응할 수 있다. 심전도에서 탈분극은 P파와 QRS군으로, 심실의 재분극은 ST분절과 T파로 나타난다.
| 단계 | 주로 움직이는 이온 | 막에서 일어나는 일 | 심전도와의 관계 |
|---|---|---|---|
| 0기 · 탈분극 | Na⁺ 빠르게 유입 | 안쪽이 음전하에서 양전하로 뒤집힘 | QRS군 |
| 1기 · 초기 재분극 | 일시적 K⁺ 유출 | 정점에서 약간 내려옴 | QRS 끝 부분(J점 부근) |
| 2기 · 고원기 | Ca²⁺ 유입과 K⁺ 유출이 균형 | 막전위가 평평하게 유지되고 수축이 지속됨 | ST분절(평평한 구간) |
| 3기 · 재분극 | K⁺ 유출 증가 | 안쪽이 다시 음전하로 돌아옴 | T파 |
| 4기 · 안정기 | 펌프가 이온 농도 회복 | 다음 자극을 기다림(심실근은 약 -90mV) | 기준선(T파 끝~다음 P파) |
칼륨은 안정막전위와 재분극을 모두 좌우하므로, 혈중 칼륨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으면 T파 모양과 리듬이 달라진다. 심전도 이상 소견을 전해질 검사 결과와 함께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심박동은 어디서 시작하는가
스스로 탈분극하는 세포가 있다
대부분의 심근세포는 바깥에서 자극이 와야 탈분극한다. 그러나 일부 특수한 세포는 4기에 막전위가 가만히 있지 않고 서서히 올라가 저절로 역치에 닿는다. 이런 성질을 자동능이라 하고, 자동능을 가진 세포가 심박동을 만든다. 이 세포들은 빠른 나트륨 통로 대신 주로 칼슘 통로로 탈분극하므로 활동전위가 완만하게 올라간다.
가장 빠른 곳이 박동을 이끈다
자동능은 전도계 여러 곳에 있지만 저절로 흥분하는 속도가 다르다. 가장 빠른 동방결절이 먼저 흥분해 아래쪽 세포들을 차례로 흥분시키므로, 아래쪽 세포는 자기 속도로 흥분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동방결절이 심장의 박동조율기(페이스메이커)가 되는 이유다. 동방결절이 멈추거나 신호가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면 그다음으로 빠른 곳이 대신 박동을 만든다. 이를 도주박동(이탈박동)이라 하며, 아래쪽에서 시작될수록 심박수가 느려진다.
| 부위 | 고유 박동수(분당) | 대신 박동을 만들 때 심전도 특징 |
|---|---|---|
| 동방결절 | 60~100 | 정상 동리듬. QRS 앞마다 같은 모양의 P파 |
| 방실접합부 | 40~60 | P파가 없거나 거꾸로 보이며 QRS는 대개 좁음 |
| 심실(퍼킨제 섬유·심실근) | 20~40 | QRS가 넓고 모양이 이상함. 심박수가 매우 느림 |
자율신경은 이 속도를 조절한다. 교감신경은 동방결절의 4기 상승을 가파르게 해 심박수를 높이고, 부교감신경(미주신경)은 완만하게 해 심박수를 낮춘다. 운동·발열·불안에서 동빈맥이, 수면 중이나 운동선수에서 동서맥이 흔한 것도 같은 원리다.
전기는 어떤 길로 퍼지는가
전도계: 심장 안의 전용 전선
동방결절에서 시작된 흥분은 아무 방향으로나 번지지 않고, 전기를 빠르게 전달하도록 특화된 세포의 길을 따라 정해진 순서로 퍼진다. 이 길을 전도계라 한다. 순서는 동방결절 → 심방 → 방실결절 → 히스속 → 좌·우각 → 퍼킨제 섬유 → 심실근이다.
심방과 심실 사이에는 문이 하나뿐이다
심방과 심실 사이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섬유 조직(섬유골격)으로 막혀 있다. 정상에서 심방의 흥분이 심실로 넘어가는 통로는 방실결절과 그에 이어지는 히스속 하나뿐이다. 방실결절은 전도가 느려 흥분을 잠시 붙잡아 둔다. 이 지연 동안 심방이 먼저 수축해 심실에 혈액을 채워 넣고, 그다음 심실이 수축한다. 심전도의 PR 간격에는 이 지연 시간이 들어 있다. 또 방실결절은 심방에서 너무 빠른 신호가 몰려와도 일부만 통과시켜 심실을 보호한다.
심실 안에서는 빠르게 한꺼번에 퍼진다
히스속은 심실중격을 따라 내려가며 좌각과 우각으로 나뉘고, 각은 다시 심실 안쪽 벽(심내막) 아래에 그물처럼 퍼진 퍼킨제 섬유로 이어진다. 퍼킨제 섬유는 심장에서 전도가 가장 빠른 조직이어서, 좌우 심실이 거의 동시에 탈분극한다. 그래서 정상 QRS군은 좁다. 각이 막혀 한쪽 심실이 근육을 통해 천천히 흥분하면 QRS가 넓어진다(각차단, 1-6에서 다룬다).
| 부위 | 위치 | 역할 | 심전도에서 |
|---|---|---|---|
| 동방결절 | 우심방 위쪽, 상대정맥 입구 근처 | 박동 시작(박동조율기) | 그 자체는 보이지 않음. 심방 흥분이 P파 |
| 방실결절 | 심방중격 아래쪽 | 전도 지연·심실 보호 | PR 간격의 대부분 |
| 히스속 | 방실결절에서 심실중격 위쪽 | 심방-심실 사이의 유일한 정상 통로 | PR 간격 안(따로 보이지 않음) |
| 좌각·우각 | 심실중격 양쪽 | 좌우 심실로 나누어 전달 | 막히면 QRS가 넓어짐 |
| 퍼킨제 섬유 | 심실 심내막 아래 | 심실 전체로 빠르게 분배 | 좁은 QRS를 만듦 |
그림 · 한 번의 박동에서 전기가 퍼지는 순서
1. 동방결절에서 시작해 심방이 흥분
2. 방실결절에서 잠시 지연
3. 히스속·각을 따라 심실로
4. 퍼킨제 섬유로 심실 전체 흥분 후 재분극
동방결절, 방실결절, 히스속, 좌각·우각, 퍼킨제 섬유, P파, PR, QRS, T파
주황색으로 켜지는 전도계 부위와 오른쪽 위 파형이 자라는 순서를 짝지어 본다. P파는 심방, PR의 평평한 구간은 방실결절 지연, QRS는 심실 탈분극, T파는 심실 재분극이다.
전도 순서: 동방결절 → 심방 → 방실결절(지연) → 히스속 → 좌·우각 → 퍼킨제 섬유 → 심실근
마이메르시 제작 · 교육용 도식
심장 속 전기가 왜 피부에서 잡히는가
흥분한 곳과 쉬는 곳 사이에 쌍극자가 생긴다
탈분극이 진행 중인 심근에서는 이미 흥분한 부위의 바깥 표면이 음전하, 아직 쉬고 있는 부위의 바깥 표면이 양전하를 띤다. 이렇게 음과 양이 짝을 이룬 상태를 쌍극자라 한다. 쌍극자는 크기와 방향을 가진 화살표, 곧 벡터로 나타낼 수 있다. 수많은 심근세포의 작은 벡터를 모두 더한 것이 그 순간 심장 전체의 전기 벡터다.
몸은 전기가 통하는 그릇이다(체적전도)
몸속 조직과 체액은 이온이 녹아 있는 전해질 용액이라 전기가 통한다. 심장의 쌍극자가 만든 전류는 이 전도체 전체로 퍼져 나가고, 몸 표면의 각 지점에 서로 다른 전위를 만든다. 이처럼 전도성 매질 전체를 통해 전위가 전달되는 현상을 체적전도라 한다. 피부의 두 지점에 전극을 붙이면 그 사이의 전위차를 잴 수 있고, 그 크기는 수 mV 수준으로 작다. 그래서 심전도기는 이 신호를 크게 키우는 증폭기가 필요하다(1-3).
위로 그려질지 아래로 그려질지는 방향이 정한다
심장 전기 벡터가 측정 전극(양극) 쪽으로 다가오면 파형이 위로(양성), 멀어지면 아래로(음성) 그려진다. 측정 방향과 직각으로 지나가면 위아래가 비슷한 이상성 파형이나 평평한 선이 된다. 같은 박동이라도 전극을 어디에 붙였느냐에 따라 모양이 다른 이유가 이것이며, 여러 방향에서 보는 12유도의 원리로 이어진다(1-2).
재분극의 방향이 T파를 위로 만든다
재분극은 탈분극과 전하가 반대이므로,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면 파형도 반대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상 심실에서는 바깥쪽(심외막)이 안쪽(심내막)보다 활동전위가 짧아 먼저 재분극한다. 탈분극은 안에서 밖으로, 재분극은 밖에서 안으로 진행해 전하와 방향이 둘 다 반대가 되므로, 결과적으로 정상 T파는 QRS의 주된 방향과 같은 쪽을 향한다.
심장과 전극 사이의 거리도 크기를 바꾼다
전위는 신호원에서 멀어질수록 빠르게 작아진다. 그래서 심장에 가까운 흉부 전극에서는 파형이 크게, 멀리 떨어진 사지에서는 상대적으로 작게 잡힌다. 심장과 피부 사이에 전기가 덜 통하는 층이 두꺼워지면(비만, 폐기종으로 늘어난 공기, 심장 주위에 고인 액체) 전체 파형이 작아지는 저전압 기록이 나올 수 있다. 같은 사람이라도 전극이 조금만 옮겨져도 크기가 달라지므로 반복 기록에서는 위치를 같게 유지한다.
| 오해 | 실제 | 이유 |
|---|---|---|
| 심전도는 심장의 수축 힘을 잰다 | 전기 활동만 기록한다 | 전기 활동이 있어도 심장이 제대로 짜지 못할 수 있음(무맥성 전기활동) |
| 동방결절의 흥분이 파형으로 보인다 | 보이지 않는다 | 결절 조직이 작아 표면에서 잡을 만큼 큰 전위를 만들지 못함. P파는 심방 근육의 흥분 |
| 심방 재분극은 없다 | 있지만 대개 가려진다 | 크기가 작고 QRS와 같은 시기에 일어나 묻힘 |
| 파형이 크면 심장이 크다 | 반드시 그렇지 않다 | 체형·흉벽 두께·전극 위치·피부 상태도 크기에 영향을 줌 |
심전도로 알 수 있는 것과 알 수 없는 것
무엇을 볼 수 있는가
심전도는 몇 분 안에, 아프지 않게, 반복해서 찍을 수 있다. 심박수와 리듬, 전도가 어디서 늦어지거나 막히는지, 심근의 허혈·손상, 심실 벽이 두꺼워진 흔적, 칼륨·칼슘 같은 전해질 이상과 일부 약물의 영향이 파형에 반영된다. 응급실에서 흉통 환자가 도착하면 가장 먼저 12유도 심전도를 찍는 이유는 결과가 빠르고 치료 방향을 바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은 볼 수 없는가
심전도는 전기 신호만 담으므로 심장이 피를 얼마나 내보내는지(박출 기능), 판막이 제대로 열리고 닫히는지, 심장의 실제 모양은 직접 알 수 없다. 이런 것은 심장초음파 같은 다른 검사가 맡는다. 또 한 번 찍는 휴지기 심전도는 10초 남짓만 기록하므로, 가끔씩만 나타나는 부정맥이나 활동할 때만 생기는 허혈은 놓칠 수 있다. 이런 경우 홀터·운동부하·이벤트 기록기를 쓴다(1-6).
정상 심전도가 정상 심장을 뜻하지는 않는다
심근경색 초기에도 첫 심전도가 정상일 수 있어 증상이 계속되면 다시 찍어 비교한다. 반대로 건강한 사람에게서도 정상 변이 파형이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심전도 소견은 증상·혈액검사·이전 기록과 함께 해석한다.
| 검사 | 무엇을 보는가 | 장점 | 한계 |
|---|---|---|---|
| 휴지기 12유도 심전도 | 전기 활동·리듬·허혈 흔적 | 빠르고 비침습적, 반복 쉬움 | 짧은 기록, 기능·구조는 모름 |
| 홀터 심전도 | 일상생활 중 장시간 리듬 | 간헐적 부정맥 포착 | 유도 수가 적고 즉시 판독 안 됨 |
| 운동부하 심전도 | 심장 부담 시 허혈 변화 | 활동 시에만 생기는 허혈 확인 | 불안정한 환자에게는 위험 |
| 심장초음파 | 구조·판막·수축 기능 | 펌프 기능을 직접 봄 | 전기 리듬 분석은 제한적 |
| 심근 표지자(트로포닌) | 심근세포 손상 | 심근경색 진단 기준 | 시간이 지나야 오를 수 있어 반복 측정 |
검사자는 어디까지 하는가
기록은 검사자, 판독은 의사
임상병리사는 의사의 지도 아래 심전도를 정확하게 기록하는 일을 맡는다. 전극을 바르게 붙이고, 잡음 없는 파형을 얻고, 환자 정보와 기록 조건을 확인해 넘기는 것이 검사의 질을 결정한다. 진단과 판독은 의사가 한다. 다만 기록 중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파형(심실세동·심실빈맥·무수축·뚜렷한 ST 상승 등)이 보이면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즉시 담당 의사에게 보고한다. 즉시 보고할 소견은 1-6에서 모양과 함께 정리한다.
원리를 알아야 좋은 기록을 얻는다
전극을 한 늑간 잘못 붙이면 파형이 달라지고, 피부 준비가 부족하면 기준선이 흔들린다. 이것이 질병처럼 보이면 불필요한 추가 검사나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진다. 파형이 왜 그 모양인지 알면, 이상해 보이는 기록이 환자의 문제인지 기록의 문제인지 먼저 가려낼 수 있다.
기록에 함께 남길 정보
기록 시각, 환자가 그 순간 흉통·두근거림 같은 증상을 느꼈는지, 복용 중인 심장 약, 인공심박동기 유무는 판독에 직접 영향을 준다. 증상이 있는 동안 찍은 기록은 증상이 없을 때와 비교할 가치가 크므로, 증상 여부를 기록지나 검사 의뢰 정보에 함께 남긴다. 같은 환자를 반복 기록할 때는 전극 위치와 기록 조건을 같게 유지해야 변화가 질병 때문인지 판단할 수 있다.

심장 전도계의 입체 위치
동방결절은 우심방 위쪽에, 방실결절은 심방중격 아래쪽에 있다. 히스속은 심실중격 위쪽에서 좌각·우각으로 갈라져 심실 안쪽 벽을 따라 내려가고, 끝에서 퍼킨제 섬유로 넓게 퍼진다.
마이메르시 제작 · AI 활용 교육용 삽화
기억 점검 · 탈분극 = Na⁺ 유입(QRS), 고원기 = Ca²⁺ 유입(ST), 재분극 = K⁺ 유출(T) / 고유 박동수: 동방결절 60~100 · 방실접합부 40~60 · 심실 20~40 / 전도 순서: 동방결절 → 심방 → 방실결절(지연, PR) → 히스속 → 좌·우각 → 퍼킨제 / 벡터가 양극으로 오면 위, 멀어지면 아래 / 심전도는 전기만 본다 — 수축 기능·판막은 초음파 / 판독은 의사, 위급 파형은 즉시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