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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항생제를 준비하는데 CRRT 회로가 굳어 기계를 멈췄습니다. 회로를 새로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득 걱정이 듭니다. 이 항생제는 CRRT를 하는 것을 감안해 정한 용량이라고 들었는데, 기계가 멈춘 동안에도 같은 약을 같은 시각에 넣어도 되는 걸까요?
이 편에서는 어떤 약이 CRRT로 걸러지는지, 용량은 누가 정하는지, 그리고 간호사가 투약 담당과 무엇을 주고받아야 하는지를 살펴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빠져나가는 약이 있습니다. 필터는 노폐물만 골라 내지 못하고, 구멍보다 작은 것은 함께 통과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약이 똑같이 빠지지는 않습니다. 잘 빠지는 약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약마다 이런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CRRT를 해도 어떤 약은 많이 빠지고 어떤 약은 거의 빠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약 이름만 보고 간호사가 빠지는 정도를 짐작하기는 어렵습니다.
단백질에 붙는 것을 손을 잡고 있는 상태로 떠올리면 쉽습니다. 큰 단백질과 손을 잡은 약은 좁은 문을 함께 지나가지 못하고, 혼자 다니는 약만 문을 빠져나갑니다.
항생제 가운데에는 이 공통점을 가진 약이 많습니다. 그래서 CRRT 중의 항생제 용량은 CRRT를 감안해 약사와 의사가 정합니다. 기계 설정, 남아 있는 신장 기능, 환자 상태를 함께 보고 계산합니다.
중환자에서는 신장이 나쁘다는 이유로 용량을 줄였다가 오히려 모자라는 일도 생길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CRRT가 약을 계속 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간호사가 "신장이 나쁘니 덜 주겠지" 하고 짐작하지 않습니다. 용량 판단은 처방과 약제부의 몫입니다.
CRRT가 약을 빼는 양은 기계가 도는 동안에만 생깁니다. 오래 멈추거나 종료하면 빠지던 약이 덜 빠지고, 반대로 새로 시작하면 빠지는 양이 늘어납니다. 용량을 정할 때 감안했던 조건이 바뀌는 것입니다.
필터가 굳어 가며 성능이 떨어질 때도 약이 빠지는 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계가 돌고 있느냐뿐 아니라, 얼마나 제대로 돌고 있느냐도 약에 영향을 주는 셈입니다.
그래서 간호사가 할 일은 분명합니다. 다음 세 가지입니다.
항생제는 CRRT 회로가 아니라 환자 쪽 별도 정맥로로 들어가는 것이 기본입니다. 회로 앞쪽에 넣으면 필터를 지나며 일부가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원리는 약물과 칼륨을 어디에 mix 하는지를 다루는 편에서 살펴봅니다.
예를 들어 신규 간호사 준서 씨가 처음 장면처럼 항생제 투약 시각에 회로가 굳어 기계를 멈췄다고 합시다. 회로를 새로 준비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았습니다.
준서 씨는 항생제를 그대로 넣을지 혼자 정하지 않았습니다. 담당 의사에게 이렇게 알렸습니다. "회로 응고로 CRRT가 멈춰 있고, 재개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항생제 투약 시각이 지금입니다." 처방을 확인한 뒤 환자 쪽 정맥로로 투약했고, 기록에는 투약 시각 옆에 "CRRT 멈춤 중, 멈춘 시각"을 함께 적었습니다.
CRRT 상태 변화를 누구에게 어떤 경로로 알리는지, 약물 농도 검사를 언제 하는지는 부서마다 다릅니다. 다음 항목을 확인해 둡니다.
※ 출처: Jang 등, Drug Dosing Considerations in Critically Ill Patients Receiving CRRT, Pharmacy, 2020
※ 출처: Jang 등, Drug dosing considerations in continuous renal replacement therapy, Seminars in Dialysis, 2021
팁 CRRT를 멈추거나 끌 때, 다음 항생제가 언제인지 같이 확인해 보세요. 그 한 번의 확인이 알릴 시점을 놓치지 않게 해 줘요.
다음에 읽을 편 → 4-14 「필요한 것까지 빠진다면, 인·마그네슘·영양소·열은 어떻게 지켜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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