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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호흡기 화면을 처음 마주하면 숫자들 아래로 물결 같은 선이 쉬지 않고 흘러갑니다. 선배는 그 선을 힐끗 보고 "이 환자 다 못 내쉬네"라고 말하는데, 내 눈에는 그냥 오르내리는 선일 뿐입니다. 숫자도 아직 낯선데 그래프까지 읽어야 하나 싶어 막막해집니다.
이 편에서는 세 그래프가 각각 무엇을 보여 주는지, 어떤 순서로 보면 되는지, 그리고 무엇은 지금 몰라도 되는지를 차례로 살펴봅니다.
핵심은 간단합니다. 파형은 숫자보다 먼저 이상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세 그래프는 각각 다른 것을 잡아 줍니다.
숫자는 한 숨이 끝난 뒤에 나오는 결과 한 개입니다. 시험 성적표의 점수와 비슷합니다. 반면 파형은 그 숨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 줍니다. 점수만 보면 어느 문제에서 틀렸는지 모르지만, 답안지를 보면 알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숨을 다 내쉬지 못한 경우, 또는 환자가 숨을 당겼는데 기계가 숨을 주지 않은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이 두 가지는 호흡수와 일회호흡량이 범위 안에 있어도 생깁니다. 숫자만 봐서는 어디서 어긋났는지가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래프를 함께 봅니다.
세 그래프는 같은 숨을 보지만, 눈여겨보는 시점이 서로 다릅니다.
세 그래프가 보는 시점
압력 그래프 — 들이쉬는 동안
↓
용적 그래프 — 내쉰 뒤
↓
유량 그래프 — 숨과 숨 사이
그림 3-7-1. 세 그래프가 각각 보는 시점
세 그래프 모두 가로축은 시간이고, 세로축만 다릅니다. 압력이 얼마였는지, 공기가 얼마나 빠르게 흘렀는지(유량), 공기가 얼마나 들어가고 나왔는지(용적)를 각각 그립니다.
그래프를 읽을 때 기준이 되는 가로선이 있습니다. 숨이 들고 나지 않을 때 선이 머무는 바닥선인데, 이를 기저선이라고 부릅니다. 이 편에서 "기저선까지 내려왔나", "기저선으로 돌아왔나"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이유입니다.
모든 이상을 그래프가 혼자 잡는 것은 아닙니다. 누출처럼 숫자와 파형이 함께 잡아 주는 것도 있습니다(2-7, 2-8).
먼저 압력–시간 그래프입니다. 정상이면 매끄럽게 오르고 내려옵니다. 가운데가 움푹 파여 있으면 환자가 원하는 만큼 숨이 나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톱니처럼 흔들리면 환자와 기계가 어긋나고 있는 것입니다. 환자가 숨을 작게 당겼다가 마는 자국이 보이기도 하는데, 이렇게 기계가 반응하지 못한 시도를 헛트리거라고 부릅니다.
다음은 유량–시간 그래프입니다. 정상이면 내쉬는 쪽 파형이 기저선까지 내려왔다가 다음 숨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기저선에 닿기 전에 다음 숨이 들어온다면, 환자가 숨을 다 내쉬지 못한 것입니다. 이것이 auto-PEEP을 알려 주는 신호이며, 4-3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내쉬는 파형이 톱니처럼 흔들리면 분비물을 의심합니다.
마지막은 용적–시간 그래프입니다. 정상이면 내쉰 뒤 기저선으로 돌아옵니다. 넣은 만큼 나왔다는 뜻입니다. 기저선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넣은 공기가 어딘가로 샌 것, 즉 누출입니다(2-7).
| 그래프 | 세로축 | 정상일 때 | 여기서만 보이는 것 |
|---|---|---|---|
| 압력–시간 | 압력 | 매끄럽게 오르고 내려옵니다 | 가운데가 파임 → 환자가 원하는 만큼 안 나옴 톱니처럼 흔들림 → 어긋남 작게 당겼다 마는 자국 → 헛트리거 |
| 유량–시간 | 유량 | 호기 파형이 기저선까지 내려왔다가 다음 숨이 시작됩니다 | 기저선에 닿기 전 다음 숨 → auto-PEEP(4-3) 호기 파형의 톱니 흔들림 → 분비물 |
| 용적–시간 | 용적 | 내쉰 뒤 기저선으로 돌아옵니다 | 기저선으로 안 돌아옴 → 누출(2-7) |
그림 3-7-2. 세 그래프에서 보이는 것
[그림 2-2] 정상 유량–시간 곡선과 기저선에 닿지 못한 곡선의 비교
[그림 2-3] 압력–시간 곡선 — 정상, 가운데가 파인 모양, 헛트리거 자국
[그림 2-4] 용적–시간 곡선 — 정상, 호기 용적이 돌아오지 않는 모양
결론부터 말하면, 유량 그래프부터 봅니다.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신규 간호사 서연 씨가 담당 환자의 화면을 보다가, 유량 그래프의 내쉬는 파형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다음 숨이 시작되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시다. 호흡수와 일회호흡량은 모두 범위 안이었고 알람도 울리지 않았습니다. 서연 씨는 그래프만 믿지 않고 환자의 가슴 움직임과 숫자를 함께 확인했습니다. 같은 모양이 계속 이어지자 서연 씨는 이를 알렸습니다. 숫자로는 남지 않는 어긋남을 그래프로 먼저 잡은 것입니다.
화면에 따라 둥근 고리 모양의 그래프가 보이기도 합니다. 압력–용적 루프와 유량–용적 루프인데,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근무 중 판단에 쓰는 도구가 아니고, 해석에 따로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기억할 것이 있습니다. 파형이 이상해 보이면 숫자와 환자를 함께 봅니다. 파형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래프는 단서를 주는 도구이고, 답은 환자 곁에서 맞춰 봅니다.
다음 모양이 보이면 알립니다.
화면 배치와 관리 방법은 기종과 병원마다 다릅니다. 아래 항목은 선배나 부서 지침으로 꼭 확인해 두세요.
팁 셋 다 볼 필요는 없어요. "다 내쉬고 다음 숨이 오는가" 하나만 익히면 7부와 8부의 절반이 미리 보여요.
다음에 읽을 편 → 3-8 「검사 결과 읽기 — ABGA와 흉부 X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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