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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틸레이터 화면에 알람 하나 없이 숫자가 고르게 떠 있습니다. 기계가 숨을 다 맡아 주고 있으니 오늘은 조금 마음을 놓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선배는 화면보다 환자 얼굴을 더 자주 들여다봅니다. 기계가 잘 돌아가는데 무엇을 그렇게 보는 걸까요?
이 편에서는 기계가 대신해 주는 일과 대신해 주지 못하는 일의 경계를 긋고, 그 경계 바깥이 왜 간호의 자리인지 살펴봅니다.
핵심은 간단합니다. 기계는 공기를 넣고 빼는 일만 합니다. 나머지는 여전히 환자의 몫이고, 간호의 몫입니다.
기계가 맡는 일은 공기를 폐까지 밀어 넣는 일, 숨 쉬는 근육이 내던 힘, 정해진 횟수만큼 숨을 주는 일, 산소 농도를 정확히 맞추는 일입니다. 모두 "공기를 옮기는 일"에 속합니다.
반대로 대신하지 못하는 일도 있습니다. 폐 속 아주 작은 공기주머니를 폐포라고 하는데, 이곳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주고받는 일은 기계가 할 수 없습니다. 기침해서 가래를 뱉는 일, 기도를 스스로 지키는 일, 폐렴이나 폐부종 같은 원인 질환을 낫게 하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 기계가 대신합니다 | 기계가 대신하지 못합니다 |
|---|---|
| 공기를 폐까지 밀어 넣는 일 | 폐포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주고받는 일 |
| 숨 쉬는 근육의 힘 | 기침해서 가래를 뱉는 일 |
| 정해진 횟수만큼 숨을 주는 일 | 기도를 스스로 지키는 일 |
| 산소 농도를 정확히 맞추는 일 | 폐렴, 폐부종 같은 원인 질환을 낫게 하는 일 |
그림 3-2-1. 기계가 대신하는 것과 대신하지 못하는 것
결론부터 말하면, 기계가 대신하지 못하는 쪽이 바로 간호의 자리입니다. 하나씩 짝을 지어 보면 이렇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기계가 잘 돌아간다는 것과 환자가 좋아진다는 것은 다른 말입니다. 화면이 조용한데 환자가 나빠지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기계는 공기를 옮기는 일만 재고 알려 줍니다. 그러니 기계가 맡지 않은 영역에서 생긴 변화는 화면에 바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채는 것은 환자 곁에 있는 간호사의 눈입니다.
예를 들어 신규 간호사 수빈 씨는 화면 값이 인계 때와 그대로인 것을 확인했지만, 환자가 아까보다 숨을 힘겹게 쉬고 얼굴빛도 달라 보였습니다. "값은 정상인데 괜히 말하는 건 아닐까" 망설였지만, 수빈 씨는 본 그대로 알렸습니다. "기계 값은 그대로인데, 환자가 아까와 달라 보입니다." 화면이 아니라 환자를 근거로 한 이 보고가 바로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화면 값은 그대로인데 의식, 호흡 노력, 피부색이 달라지면, 값이 정상이어도 알립니다.
팁 라운딩에서 "기계는 문제없는데 환자가 좀 달라 보여요"라고 말해도 돼요. 그 말이 실제로 제일 자주 맞아요.
다음에 읽을 편 → 3-3 「양압이 만드는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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