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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는 겉에서 보이지 않는 장기들이 얇은 벽 안에 겹쳐 있는 공간이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출혈과 염증은 초기에 매우 조용하다.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단서는 통증의 위치와 방사 방향, 활력징후의 미세한 변화, 그리고 피부색 정도에 그친다. 이 단서들을 장기 배치와 신경 지배, 혈류 경로에 대응시켜 읽어내려면 소화관의 구조와 간문맥계의 흐름을 먼저 세워야 한다. 이 파트은 좌측 어깨 통증 하나로 비장 파열을 떠올리게 만드는 해부·생리적 뼈대를 다룬다.
위장관 벽은 속에서부터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층의 네 겹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바깥에서 안쪽으로 세면 장막층이 가장 먼저이고 점막층이 가장 마지막이다. 장기가 복막에 싸인 정도도 손상 양상을 좌우한다. 지라(비장)는 복막으로 완전히 덮인 복막내장기이며, 콩팥과 이자(췌장), 복부대동맥, 오름잘록창자(상행결장)와 내림잘록창자(하행결장)는 복막뒤공간(후복막)에 놓인다. 이 차이로 췌장 출혈은 후복막을 따라 퍼지고 비장 출혈은 복강을 채운다.
하부식도괄약근은 위와 식도 사이를 막는 압력 장벽이다. 이 괄약근의 압력이 낮아지면 위 내부 압력이 식도를 이길 때 내용물이 거꾸로 올라오며, 산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져 위식도역류질환의 점막 염증이 생긴다. 장폐쇄에서는 반대로 운동이 과해진다. 초기에는 막힌 지점보다 위쪽 장관이 내용물을 밀어내려 수축을 강하게 몰아붙이고, 이 반사적 항진이 구토를 일으킨다. 장음 항진과 단순촬영의 공기-액체층이 이 시기의 소견이다. 폐쇄가 이어지면 가스와 액체가 쌓여 장관 내압이 오르고, 압력이 모세혈관 관류압을 넘어서면 점막 허혈이 시작되어 장벽 괴사와 천공으로 진행한다. 세균 과증식이나 장벽 부종, 삼투압 변화는 이 뒤에 따라오는 이차 현상이다.
위의 벽세포는 위산과 함께 당단백질인 내인자를 분비한다. 내인자는 비타민 B12와 결합해 회장 말단에서의 흡수를 가능하게 하므로, 결핍되면 악성 빈혈이 생긴다. 내인자는 위산 분비나 펩시노겐 활성화, 중탄산염 분비, 위 배출 조절과는 무관하다. 소장 융모에서는 흡수 경로가 둘로 갈린다. 포도당과 아미노산, 비타민 C, 무기질 같은 수용성 영양소는 융모 안 모세혈관으로 들어가고, 중성지방과 지용성 비타민은 킬로미크론 형태로 암죽관(림프관)을 탄다.
| 물질 | 분비 부위 | 주작용 | 운동 촉진 여부 |
|---|---|---|---|
| 가스트린 | 위 날문부 G세포 | 위산 분비와 위 운동 촉진 | 촉진 |
| 세크레틴 | 십이지장 S세포 | 췌장 중탄산염 분비 촉진, 위산 분비 억제 | 촉진하지 않음 |
| 콜레시스토키닌 | 십이지장 I세포 | 담낭 수축, 오디 괄약근 이완, 췌장 효소 분비 | 담낭 수축 |
| 모틸린 | 소장 | 이동운동복합체(MMC) 유발 | 촉진 |
| 아세틸콜린·세로토닌 | 부교감신경·장신경계 | 평활근 수축 촉진 | 촉진 |
세크레틴은 산성 유미즙이 십이지장에 닿을 때 나와 중탄산염으로 산을 중화하고 위산 분비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므로, 위장관 운동을 밀어붙이는 무리에 끼워 넣으면 안 된다. 콜레시스토키닌은 지방과 단백질이 십이지장에 도달할 때 분비되어 담낭 평활근을 조이고 오디 괄약근을 풀어 담즙을 내보낸다. 기름진 식사 뒤 담석 환자의 통증이 심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위창자간막정맥과 비장정맥이 합쳐져 간문맥을 이루며, 소화관에서 흡수된 영양분이 풍부한 정맥혈이 이 길로 간소엽에 들어간다. 간동맥은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이고, 간정맥은 처리가 끝난 혈액을 하대정맥으로 내보내며, 담관계는 혈액이 아니라 담즙의 통로이므로 서로 구분해야 한다. 간은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되돌리고, 암모니아를 요소로 바꾸는 요소 회로를 돌리며, 알부민과 대부분의 응고 인자를 만들고, 약물과 호르몬을 대사해 배설을 돕는다. 다만 적혈구 생성을 자극하는 에리트로포이에틴은 콩팥의 세뇨관 주위 섬유아세포가 주로 만들고 간은 일부만 담당하므로 간의 대표 기능으로 묶지 않는다. 간세포가 악성 형질전환을 일으켜 미분화되면 태아기 단백질인 알파태아단백(AFP)을 다시 만들어내며, 이것이 간세포암종의 종양 표지자로 쓰인다.
담즙산은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재료로 합성되고, 빌리루빈의 포합도 간세포가 맡는다. 담낭은 이렇게 만들어진 담즙을 저장하면서 수분과 전해질을 빨아들여 약 5~10배로 농축하는 기관이며, 담즙을 만들거나 소화 효소를 분비하지는 않는다. 포합된 직접빌리루빈은 담도를 거쳐 장으로 나가는데, 담관이 막히면 이 출구가 사라져 담세관에서 간세포를 거쳐 혈중으로 역류한다. 그래서 폐쇄성 황달에서는 직접빌리루빈이 두드러지게 오르고 소양감이 동반된다. 용혈로 인한 황달에서 미포합 빌리루빈이 오르는 것과 반대 방향이다.
선방세포는 아밀라제와 리파제를 비롯한 소화 효소를 만들고, 랑게르한스섬은 호르몬을 낸다. 알파세포의 글루카곤은 간에서 글리코겐 분해와 포도당 신생합성을 밀어 혈당을 올리고, 베타세포의 인슐린은 혈당을 내린다. 급성 췌장염에서는 상복부 통증이 등으로 뻗고 혈청 아밀라제 또는 리파제가 정상 상한의 3배 이상으로 오른다. 심한 염증으로 후복막강과 복강에 체액이 대량으로 갇히는 제3공간 손실이 일어나면 유효순환혈량이 줄어 저혈량성 쇼크에 빠지고, 교감신경 보상으로 빈맥과 저혈압이 함께 나타난다. 복강 내 출혈이 배꼽 주위 피하조직으로 번지면 컬렌 징후가, 후복막 출혈이 옆구리로 번지면 그레이-터너 징후가 관찰된다.
| 구분 | 내장통 | 체성통 |
|---|---|---|
| 수용체 | 장기의 신전·허혈 감각 | 벽쪽 복막·피부·근막 |
| 위치 | 둔하고 모호하며 정중선 근처 | 날카롭고 국소가 분명 |
| 동반 증상 | 오심, 발한, 안절부절 | 반사적 근육 강직 |
연관통은 내장에서 올라온 구심성 신호가 척수의 같은 분절에서 피부 구심로와 만나면서, 뇌가 통증을 그 피부분절 자리로 착각해 생긴다. 가로막의 감각은 C3에서 C5의 가로막신경이 담당하고 이 분절은 어깨 피부에 대응하므로, 가로막 아래가 자극되면 어깨가 아프다. 좌측 가로막 자극은 좌측 어깨로, 간과 담낭 쪽 자극은 우측 어깨와 우측 견갑골 아래로 퍼진다. 췌장은 후복막에 있어 통증이 등으로 방사하고, 담낭 통증은 우상복부에서 시작한다. 실혈로 인한 심근허혈이나 늑골·쇄골 골절로 어깨 통증을 설명하는 것과는 기전이 다르다.
비장은 노화된 적혈구를 걸러 없애고, 혈소판을 저장하며, 림프구를 활성화하고, 혈액 속 세균과 이물질을 여과한다. 담즙 생성과 분비는 간의 몫이지 비장의 기능이 아니다. 문제는 혈류량이다. 비장은 실질 장기 가운데 단위 무게당 관류량이 가장 많아 분당 약 350mL의 혈액이 지나가고, 내부에 혈액을 담고 있으면서 피막이 얇다. 좌상복부에 둔상이 가해지면 짧은 시간에 대량 출혈로 이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좌상복부 압통과 저혈압, 빈맥에 좌측 어깨 통증이 겹치면 비장 파열을 우선 의심하며, 이 어깨 통증이 케르 징후이다. 고인 혈액이 좌측 가로막을 자극해 생긴 연관통이므로 쇄골이나 늑골 손상과 구별된다. 한편 문맥압이 올라 비장으로 나가는 혈류의 저항이 커지면 혈액이 정체되어 울혈성 비장 비대가 생기고, 커진 비장이 정상 혈구까지 과도하게 붙잡아 파괴하는 비장기능항진 상태가 되면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이 모두 줄어드는 범혈구감소증이 나타난다. 철분 과다 저장이나 골수 억제 호르몬 때문이 아니다.
식후 담낭이 수축할 때 결석이 담낭관에 끼어 계속 빠지지 않으면 급성 담낭염이 시작된다. 담즙이 빠져나가지 못해 담낭 내압이 올라가고 벽이 늘어나면서 혈류 공급이 나빠지며, 화학적 자극에 세균 감염이 더해져 염증이 번진다. 초음파의 담낭벽 비후와 담낭 주변 액체 저류가 이 과정의 결과이다. 방치하면 담낭벽의 허혈성 괴사와 천공으로 진행하는 것이 가장 직접적이고 위중한 합병증이다. 진찰에서는 우상복부를 누른 채 숨을 들이마시게 할 때 통증으로 흡기가 멈추는 머피 징후를 확인한다. 같은 담석이라도 걸리는 자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총담관을 막으면 담즙 정체와 황달, 담관염이 생기고, 췌관 입구를 막으면 췌장 효소의 자가 소화로 급성 췌장염이 유발된다.
간경변으로 간 내부의 혈관 저항이 커지면 간문맥압이 올라간다. 갈 곳을 잃은 문맥혈은 간을 우회해 태생기에 쓰이다 닫힌 통로를 다시 열며, 이것이 측부순환의 발달이다. 측부순환로마다 나타나는 소견이 다르다.
| 문합 부위 | 임상 소견 |
|---|---|
| 왼위정맥(문맥계) - 홀정맥(체순환계) | 식도정맥류 |
| 배꼽옆정맥 - 배벽정맥 | 머리 해파리 징후 |
| 위짧은정맥 - 왼콩팥정맥 | 비장-신장 단락 |
| 직장정맥얼기 | 치핵 |
식도 점막 아래로 얇게 부푼 정맥은 쉽게 터진다. 토혈이나 흑색변, 어지럼과 전신 쇠약으로 나타나며 출혈량이 많으면 곧바로 출혈성 쇼크로 넘어간다. 만성 간질환 환자에서 비장 비대가 함께 만져진다면 문맥압 항진의 증거로 읽는다. 문맥압 항진증에는 식도정맥류, 비장 비대, 치질, 복수가 따라오지만 급성 담낭염은 포함되지 않는다. 복수는 문맥압 상승에 알부민 합성 저하가 겹쳐 생기며, 간성뇌증은 요소 회로가 약해져 암모니아가 쌓인 결과이므로 각각 합성 증가나 활성 증가로 뒤집어 외우지 않도록 한다.
만성 간질환으로 간 내 혈관 저항이 커진다
간문맥에서 간으로 들어가는 혈류가 정체된다
혈류가 우회로를 찾아 식도와 위 상부의 정맥으로 몰린다
얇은 점막 아래 정맥이 늘어나 터지기 쉬워진다
토혈과 흑색변이 나타나고 빠르게 출혈성 쇼크로 진행한다
간을 통과하지 못한 혈류가 우회로를 만들면서 생기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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