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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과 중독은 현장에서 마주치는 빈도가 높으면서도, 겉으로 드러난 활력징후만으로는 중증도를 놓치기 쉬운 영역이다. 패혈증 환자의 저혈압이 왜 수액에 잘 반응하지 않는지,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왜 정상으로 찍히는지, 농약을 마신 환자의 동공이 왜 좁아지는지는 모두 세포 수준의 기전을 알아야 설명된다. 이 파트은 병원체와 독성물질이 혈관·신경·혈액·폐포에 작용하는 경로를 따라가며 현장 소견을 병태생리로 되짚는다. 기전을 알면 처치의 우선순위와 이송 중 감시 항목이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그람음성균의 세포벽 바깥층에 있는 내독소(endotoxin, LPS)는 대식세포의 수용체에 결합해 종양괴사인자-알파(TNF-α)와 인터루킨-1(IL-1)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촉발한다. 이 사이토카인들은 혈관내피세포에 작용해 유도형 산화질소합성효소(iNOS)의 발현을 끌어올리고, 그 결과 산화질소(NO)가 대량으로 만들어진다. 산화질소는 혈관평활근을 이완시켜 전신 혈관을 넓히므로 전신혈관저항(SVR)이 크게 떨어진다.
여기에 모세혈관 투과성 증가가 겹친다. 혈장이 사이질로 새어 나가면 총 체액량은 유지되더라도 혈관 안을 실제로 도는 유효순환혈량은 줄어든다. 전부하가 감소하고 혈압이 떨어지는 이 상태가 분포성 쇼크(distributive shock)다.
초기 패혈성 쇼크의 저혈압은 심근수축력 저하 때문이 아니다. 대정맥 압박이나 알도스테론 분비 장애, 확장기 충만시간 단축은 다른 유형의 쇼크에 해당하며, 실제로 초기에는 심박출량이 오히려 증가하는 고박출 상태가 흔하다.
그람음성균의 세포벽 성분이 혈류로 들어온다
대식세포가 TNF-α와 인터루킨-1을 대량 분비한다
유도형 산화질소 합성효소(iNOS)가 활성화된다
전신혈관저항이 떨어지고 혈관투과성이 증가한다
조직 관류가 무너져 분포성 쇼크에 이른다
혈액량은 그대로인데 담을 그릇이 커져 유효순환혈량이 줄어든다
내독소와 사이토카인은 응고계도 광범위하게 활성화한다. 미세혈관 곳곳에서 혈전이 만들어지면서 혈소판과 응고인자가 빠르게 소비되고, 결국 출혈과 혈전이 동시에 나타나는 파종혈관내응고(DIC)로 이어진다. 이를 소모성 응고장애라고 부른다.
여기에 조절되지 않는 사이토카인 폭풍이 더해지면 활성화된 대식세포가 정상 혈구까지 잡아먹는 혈구탐식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 결과 백혈구·혈소판·적혈구가 함께 줄어드는 범혈구감소증이 관찰된다. 감염인데도 백혈구가 오히려 감소하는 소견은 중증도가 높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이 범혈구감소증은 자가항체에 의한 골수 파괴, 비장의 혈구 파괴 항진, 조혈모세포의 악성 형질전환, 바이러스의 골수 직접 침범과 구분해야 한다. 발열·저혈압·프로칼시토닌 상승이 동반되면 소모성 기전을 먼저 떠올린다.
동맥혈가스분석(ABGA)은 pH → 이산화탄소분압(PaCO₂) → 중탄산염(HCO₃⁻) 순서로 읽는다. pH가 7.35 미만이면 산혈증이고, 이때 HCO₃⁻가 낮으면 일차 문제는 대사성 산증이다.
패혈증에서 조직 관류가 떨어지면 세포는 혐기성 대사로 전환하고, 그 산물인 젖산이 쌓여 음이온차(anion gap)가 증가하는 대사성 산증이 생긴다. 젖산은 조직 저관류의 지표이므로 혈압이 유지되어도 상승했다면 중증으로 본다.
호흡성 보상은 폐가 이산화탄소를 더 내보내 pH를 되돌리려는 반응이다. 빈호흡으로 낮아진 PaCO₂가 예상 범위 안이라면 보상이지 독립된 호흡성 알칼리증이 아니다.
| 상태 | pH | 일차 변화 | 보상 방향 |
|---|---|---|---|
| 대사성 산증 | 낮음 | HCO₃⁻ 감소 | PaCO₂ 감소(과환기) |
| 대사성 알칼리증 | 높음 | HCO₃⁻ 증가 | PaCO₂ 증가 |
| 호흡성 산증 | 낮음 | PaCO₂ 증가 | HCO₃⁻ 증가 |
| 호흡성 알칼리증 | 높음 | PaCO₂ 감소 | HCO₃⁻ 감소 |
봉와직염(cellulitis)은 진피 깊은 층과 피하조직에 생기는 급성 세균감염이다. 이 부위는 성긴결합조직(loose connective tissue)으로 채워져 있어 세균과 염증 삼출물이 조직면을 따라 옆으로 퍼지기 쉽다. 발적의 경계가 흐릿하고 미만성으로 번지는 임상 소견은 이 해부학적 구조에서 비롯된다. 경계가 뚜렷하고 국소적으로 고름집을 이루는 농양과 대비된다.
확산의 이유를 유두층 모세혈관망, 지방층의 영양 환경, 땀샘·털집을 따른 이동, 각질층 비후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핵심은 조직 사이의 느슨한 공간이다.
당뇨병은 대표적인 위험인자다. 고혈당은 호중구의 탐식·살균 기능을 떨어뜨리고, 미세혈관병증과 말초신경병증이 겹치면 상처 인지가 늦고 국소 혈류도 부족해진다. 발등의 작은 상처가 짧은 시간에 다리 위쪽까지 번지는 경과가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일산화탄소(CO)는 헤모글로빈의 산소 결합 부위를 두고 산소와 경쟁하며, 친화도가 산소보다 약 200배 이상 높다. 결합하면 카복시헤모글로빈(COHb)이 되어 산소를 실을 자리를 빼앗으므로 혈액의 산소운반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것이 경쟁적 길항이며, 조직 저산소증의 일차 원인이다. 동시에 산소해리곡선을 왼쪽으로 이동시켜 남은 산소마저 조직에서 잘 놓아주지 못하게 만든다.
판독에는 함정이 있다. 폐포에서의 산소 확산 자체는 정상이라 동맥혈 산소분압(PaO₂)이 정상으로 나온다. 맥박산소측정기(pulse oximeter)도 카복시헤모글로빈과 산소헤모글로빈을 구분하지 못해 산소포화도를 정상에 가깝게 표시한다. 즉 수치가 정상이어도 조직은 심각한 저산소 상태일 수 있다. 피부와 입술의 선홍색은 카복시헤모글로빈의 색조 때문이며, 기도화상이나 미토콘드리아 효소 억제와는 기전이 다르다. 처치의 축은 고농도 산소 투여로 CO를 밀어내는 것이다.
세 가지 대표 중독은 표적 분자가 달라 현장 소견만으로도 구분된다.
유기인계 중독은 아세틸콜린이 분해되지 않고 쌓여 무스카린성 콜린성 위기를 일으킨다. 분비물 증가와 서맥, 축동이 함께 보이는 조합이 특징이며, 나트륨통로 지속개방이나 가바 수용체 작용, 아세틸콜린 분비 차단과는 다르다.
아편유사제는 대뇌피질을 직접 끄는 것이 아니라 숨뇌의 이산화탄소 감수성을 무디게 만든다. 그래서 이산화탄소가 쌓여도 호흡수가 늘지 않으며, 길항제 날록손이 뮤 수용체에서 약물을 밀어낸다.
삼환계 항우울제는 나트륨통로 차단으로 QRS가 넓어지며, 칼륨통로 차단에 따른 재분극 연장(QT 연장)과 구분해야 한다.
| 구분 | 유기인계 농약 | 아편유사제 | 삼환계 항우울제 |
|---|---|---|---|
| 기전 | 아세틸콜린에스터레이스 억제로 아세틸콜린 축적 | 뮤 수용체 결합 | 심근 나트륨통로 차단 |
| 주요 소견 | 무스카린성 콜린성 위기, 분비물 증가, 축동 | 호흡수 감소, 축동, 의식 저하 | QRS 확장, 부정맥, 저혈압 |
| 호흡 | 기도 분비물과 기관지 연축 | 이산화탄소 반응 역치 상승으로 호흡 억제 | 의식 저하에 따른 기도 위험 |
| 대응 축 | 항콜린제와 해독제 | 날록손 | 탄산수소나트륨 |
작용 부위가 다르므로 처치의 방향도 달라진다
아나필락시스는 IgE 매개 제1형 과민반응이다. 이전에 감작된 항원이 다시 들어오면 비만세포와 호염기구 표면의 IgE가 교차결합하면서 탈과립이 일어나고, 히스타민과 류코트리엔 등이 한꺼번에 방출된다.
히스타민은 세동맥을 확장시키고 모세혈관 투과성을 높여 혈장을 조직으로 빠져나가게 한다. 결과적으로 유효순환혈량이 급감하고 혈압이 떨어진다. 두드러기, 안면부종, 후두부종과 기관지수축에 의한 호흡곤란이 동반된다.
여기서 발생하는 쇼크 역시 분포성 쇼크다. 혈액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아니라 혈관용적이 갑자기 커져 상대적 저혈량이 생긴 상태다. 척수 손상에 의한 신경성 쇼크, 심장성 쇼크, 출혈에 의한 저혈량 쇼크, 폐색전에 의한 폐쇄성 쇼크와 다르다. 아드레날린은 알파-1 수용체를 통해 혈관을 수축시켜 이 과정을 되돌리는 약물이며, 원인 매개체가 아니다.
폐렴에서 폐포가 염증성 삼출물로 채워지면 그 부위는 환기가 되지 않으면서 혈류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렇게 환기와 관류의 짝이 어긋난 상태가 환기-관류 불균형(V/Q mismatch)이며, 저산소혈증의 가장 흔한 기전이다. 불균형이 극단으로 가서 환기가 완전히 0인 폐포를 혈액이 그대로 지나가면 단락(shunt)이라 하고, 이때는 산소를 올려도 산소분압이 잘 오르지 않는다.
양쪽 폐에 광범위한 간유리음영이 보이고 산소 투여에 반응이 나쁜 저산소혈증은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의 양상이다. 폐포-모세혈관막의 투과성이 증가해 단백질이 풍부한 액체가 폐포로 새어 들어가고, 계면활성제 기능이 떨어져 폐포가 허탈되면서 단락이 커진다.
이때 동맥혈가스는 저산소혈증에 대한 과환기 탓에 PaCO₂가 낮고 pH가 높은 호흡성 알칼리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저환기에 의한 이산화탄소 축적, 기흉에 의한 폐 허탈, 폐색전, 중추기도 폐쇄와 구별해야 한다.
표준주의(standard precaution)는 진단명과 무관하게 모든 환자의 혈액·체액·점막·손상된 피부를 감염원으로 간주하는 기본 원칙이다. 여기에 병원체의 전파경로에 따라 접촉주의, 비말주의, 공기주의를 추가한다. 접촉주의는 장갑과 가운, 비말주의는 수술용 마스크와 1~2m 거리 확보, 공기주의는 N95급 호흡기 보호구와 음압 환경이 기준이다.
손위생은 환자 접촉 전, 무균 처치 전, 체액 노출 위험 후, 환자 접촉 후, 환자 주변 환경 접촉 후에 시행한다. 개인보호구는 가운 → 마스크 → 보안경 → 장갑 순으로 착용하고, 벗을 때는 오염이 심한 장갑과 가운을 먼저 제거한 뒤 손위생을 하고 보안경과 마스크를 마지막에 벗는다.
날카로운 기구는 사용한 주삿바늘에 뚜껑을 다시 씌우지 않고 즉시 전용 용기에 버린다. 자상이나 점막 노출이 생기면 즉시 흐르는 물로 씻어내고 보고 체계를 따라 노출 후 평가와 필요 시 예방적 처치를 받는다.
분포성 쇼크라는 하나의 축. 패혈성 쇼크와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원인 물질만 다를 뿐, 혈관확장과 투과성 증가로 유효순환혈량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같은 계열이다. 세포 및 조직 part2의 급성 염증 혈관 반응과 과민반응이 전신 규모로 벌어진 상태로 이해하면 한 묶음으로 정리된다.
피부가 따뜻해도 쇼크일 수 있다. 분포성 쇼크 초기에는 말초혈관이 확장되어 피부가 따뜻하고 혈색이 유지된다. 저혈량 쇼크의 창백·냉감만 기준으로 삼으면 패혈증과 아나필락시스를 놓치므로, 빈맥과 빈호흡, 의식 변화를 함께 본다.
산소포화도 정상이 안전을 뜻하지 않는다. 일산화탄소 중독에서는 맥박산소측정기와 PaO₂가 모두 정상이지만 조직은 저산소 상태다. 밀폐 공간, 화재, 겨울철 차량이라는 상황과 선홍색 피부가 수치보다 앞선 판단 근거다.
동공과 호흡수의 조합으로 중독을 좁힌다. 축동과 서호흡이 함께 있으면 아편유사제와 유기인계가 후보이고, 여기에 분비물 과다와 서맥이 더해지면 유기인계 쪽이다. 의식저하 환자에서 QRS가 넓어져 있다면 삼환계 항우울제를 고려한다.
젖산과 호흡수는 관류의 창이다. 패혈증 환자의 빈호흡은 대사성 산증에 대한 호흡성 보상일 수 있다. 진정시킬 대상이 아니라 저관류의 신호로 읽고, 조기 항생제와 수액 소생이 가능한 병원으로의 이송을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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