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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의 상당수는 감염이 발단이거나 감염이 합병증으로 얹힌 상태다. 어떤 병원체가 어떤 통로로 몸에 들어왔는지 가늠할 수 있으면 이송 중 감염 차단 수단과 병원 전 처치의 우선순위가 곧바로 정해진다. 이 파트에서는 세균과 바이러스의 구조적 차이, 아포의 저항성, 대표적인 전파경로, 그리고 평소 무해하던 상재균이 감염원으로 돌변하는 기회감염을 다룬다. 다루는 범위가 넓지 않으므로 개념의 경계선을 또렷하게 잡아 두는 파트가 효율적이다.
세균은 세포벽과 세포막을 갖추고 리보솜(ribosome)으로 단백질을 스스로 만들며 이분법으로 증식하는 원핵 미생물이다. 그람염색 결과에 따라 그람양성과 그람음성으로, 모양에 따라 구균과 간균으로 나눈다.
아포(spore)는 영양분이 고갈되거나 온도·건조 등 조건이 불리해질 때 세균이 만들어 내는 휴지 상태(dormant state)의 구조물이다. 대사가 거의 멈춰 있어 영양 요구량이 크지 않다는 점이 핵심이며, 활발히 분열하는 영양형(vegetative form)과 혼동하기 쉽다. 유전물질을 주고받기 위한 접합(conjugation) 구조물과도 역할이 전혀 다르다.
아포는 열, 건조, 방사선, 화학적 소독제에 매우 높은 저항성을 보인다. 저항성이 낮다는 서술은 성질을 정반대로 뒤집은 것이며, 일반 소독제나 끓는 물만으로는 사멸을 장담할 수 없어 고압증기멸균(autoclave)이 필요하다. 아포의 이런 완강함 때문에 멸균 공정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확인하는 지표로 아포 형성균이 쓰인다. 아포는 그람양성 간균인 클로스트리듐속(Clostridium)과 바실루스속(Bacillus)에서 주로 형성되며, 그람음성균이 아포를 만들면서 외독소를 낸다는 식의 서술은 성립하지 않는다. 외독소를 분비하는 것은 아포가 아니라 발아 이후의 영양형 세균이다.
바이러스는 핵산과 그것을 둘러싼 단백질 껍질, 곧 캡시드(capsid)로 이루어진 비세포성 병원체다. 핵산은 DNA 또는 RNA 가운데 하나만 가지며, 둘을 함께 지녀 스스로 복제한다는 설명은 옳지 않다.
세포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나머지 성질이 그대로 따라 나온다. 리보솜이 없으므로 자체적으로 단백질을 합성하지 못하고, 미토콘드리아가 없으므로 에너지 대사를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며, 세포벽과 세포막을 갖춘 완결된 세포가 아니므로 배지에서 홀로 자라지 못한다. 결국 살아 있는 숙주 세포 안으로 들어가 숙주의 리보솜과 효소, 에너지를 빌려야만 증식이 가능하다. 이처럼 숙주 세포 내부에서만 번식할 수 있는 성질을 절대세포내기생(obligate intracellular parasitism)이라 한다. 독립 증식이 가능한 세균과 대비해 두면 두 병원체의 차이가 명확해진다.
| 구분 | 세균 — 세포성 병원체 | 바이러스 — 비세포성 병원체 |
|---|---|---|
| 구조 | 세포벽·세포막·세포질·리보솜을 갖춘 원핵세포 | 핵산과 이를 둘러싼 캡시드, 일부는 외피 |
| 핵산 | DNA와 RNA를 모두 가진다 | DNA 또는 RNA 중 하나만 가진다 |
| 증식 | 영양만 있으면 스스로 분열한다 | 숙주세포 안에서만 증식한다 |
| 저항 형태 | 일부는 아포를 만들어 휴지 상태로 버틴다 | 아포를 만들지 않는다 |
| 항생제 | 작용한다 | 작용하지 않는다 |
세포 구조를 갖추었는지가 두 병원체를 가르는 출발점이다
전파경로는 병원체마다 정해져 있으며, 경로를 서로 바꿔 놓은 서술이 흔한 함정이다.
파상풍균(Clostridium tetani)은 토양 속에 아포 형태로 존재하다가 깊고 오염된 상처를 통해 체내로 침입한다. 즉 파상풍은 호흡기나 경구가 아니라 창상 접촉으로 성립하는 감염이다. 상처가 깊어 공기가 닿지 않을수록 혐기 환경이 만들어져 아포가 영양형으로 깨어나기 유리하다.
비브리오(Vibrio)균은 오염된 식수나 해산물, 특히 익히지 않은 굴 같은 어패류를 통해 입으로 들어온다. 생굴 섭취력이 있는 환자가 오한과 고열, 복통, 하루 열 차례가 넘는 수양성 설사를 보이고 대변 그람염색에서 비브리오가 관찰되면 콜레라나 장염비브리오 감염을 의심한다. 이 병원체는 상처 접촉이나 혈액, 비말, 흡혈 곤충으로 옮겨 다니는 균이 아니다.
| 병원체 | 주된 전파경로 |
|---|---|
| 파상풍균 | 토양 아포의 창상 침입 |
| 비브리오균 | 오염된 물·해산물 경구 섭취 |
| 결핵균 | 공기매개 |
|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 호흡기 비말 |
| B형간염 바이러스 | 혈액매개 비경구 전파 |
| 말라리아 원충 | 모기에 의한 매개 전파 |
B형간염을 분변-경구로, 결핵을 오염된 식기의 간접 접촉으로, 말라리아를 사람 간 비말로, 인플루엔자를 혈액매개로 서술한 문장은 모두 경로가 뒤바뀐 것이다.
사람의 피부, 구강, 장관에는 정상 상재균이 자리 잡고 있으며 제 위치에 머무는 동안에는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기회감염(opportunistic infection)은 이 상재균이 면역이 저하되거나 해부학적 장벽이 무너진 상황에서 원래 균이 없어야 할 무균 부위로 옮겨가 감염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장천공으로 장내 세균이 복강 안으로 흘러들어 복막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여기서 결정적인 변화는 병원체 쪽이 아니라 숙주 쪽에서 일어난다. 항생제 내성 유전자의 발현이나 독성인자의 돌연변이 강화, 전염성이 높은 신종 병원체에 대한 노출은 모두 병원체의 병원성이나 감염력이 커진 상황일 뿐 기회감염의 정의와는 다르다. 절대세포내기생 역시 특정 병원체의 증식 방식을 가리키는 개념이므로 기회감염의 발생 조건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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