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때, 나는 어떤 대단한 목표를 갖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어릴 때 치아가 약해서 자주 치과에 다녔던 기억 때문에 한때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기도 했고, 돈을 많이 번다는 소문에 의사나 변호사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우리 집은 늘 "여자는 직업이 있어야 한다", "전문직을 가져야 밥 굶을 일 없다"는 식으로 말하셨고, 나도 어렴풋이 그런 생각에 동의하며 자랐다. 그러니 자연스레, 우리가 흔히 아는 고소득 전문직을 목표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참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학 입시는 입구컷이 존재했고, 그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물론 재수를 하면 더 나은 결과가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1~2년이라는 시간을 불투명한 미래에 투자하는 게 나로선 너무 무서웠다. 그러던 중, 엄마 친구 딸들이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곧장 취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간호학과 나오면 취업이 잘 된다더라"는 말을 들은 엄마는, 나에게 간호학과 진학을 제안했고, 나는 그 말 한 마디에 "그래, 그럼 거기 갈까?" 하는 마음으로 진학을 결정했다.
지금 돌아보면, 이 선택이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였는지를 고민할 만한 시간조차 없었던 것 같다. 어릴 때 진로 탐색 같은 걸 제대로 해봤다면, 혹은 간호사가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면, 아마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땐 정말 몰랐다. 간호사가 뭘 하는 직업인지도, 간호학과에서 뭘 배우는지도.